花雲의 배움터/漢詩 1

절벽 옆에 말을 세우니 - 이민구

花雲(화운) 2018. 7. 21. 16:37

절벽 옆에 말을 세우니 - 이민구



千崖駐馬身全倦 (천애주마신전권)   절벽 옆에 말을 세우지 몸이 너무 피곤해서

老樹題詩字未成 (로수제미자미성)   나무에 시를 쓰는데 글자가 써지지 않는다.


* 駐馬: 말을 세우다.


李敏求 (1589~1670)

- 조선 중기의 문인. 호는 東州. 본관은 전주이다.

- 이조 판서를 지낸 이수광의 아들이며, 영의정을 지낸 이성구의 아우이다. 문과에 장원

   급제한 후 여러 버슬을 거쳐 경기도 관찰사를 지냈다. 병자호란 때 강화 함략의 책임을

   지고 영변에 귀양 가서 그곳에서 죽었다.

-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으며 문집에 《동주집》이 있다.


金尙憲 (1570~1652)

-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학자. 호는 청음(淸陰). 본관은 안동이다.

- 윤근수의 문인으로 서인으로 병자호란 때 화친을 반대하다가 뒤에 중국 심양에 끌려가

   여러 해 감옥에 갇혀 있었다. 글씨도 잘 썼고 시도 많이 남겼다. 높은 절의로 선비들의

   존경과 추앙을 받았다.

- 문집에 《청음집》이 있다.


작품해설

- 하루 종일 금강산을 유람하였다. 나중에는 지쳐버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었다.

   조금 쉬어 가려고 절벽 가에 말을 세웠다가 눈 앞 경치를 바라보고 시상이 떠올랐다.

- 종이가 없어 껍질이 벗겨진 나뭇등걸에 시를 쓰려고 했다. 그런데 하도 피곤해서 도저히

   글자를 쓰지 못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글자도 쓸 수 없을 만큼 지쳤다는 뜻이다.

- 이 시를 본 김상헌이 가만히 있다가 두 번째 구 여섯 번째 글자인 아닐 '未'자를 절반 '半'

   자로 고쳐 놓았다.



千崖駐馬身全倦 (천애주마신전권)   절벽 옆에말을 세우지 몸이 너무 피곤해서

老樹題詩字半成 (로수제미자반성)   나무에 시를 쓰는데 글자를 반만 쓰고 말았다.


- 이렇게 고쳐 놓고 보니까 지치고 피로한 상태가 훨씬 살아나게 되었다.

- 언뜻 생각하기에는 쓸 힘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얼마나  지쳤으면 쓰던 글씨를 마저 쓰지 못할 정도였겠는가?

- 사소한 한 글자이지만 고치기 전과 고친 뒤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생겨났다.

   한 글자의 차이는 이렇게 크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주)보림출판사.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