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5

아버지의 봄/ 1

花雲(화운) 2013. 3. 9. 09:30

 

 

아버지의 봄 

 

 

아버지 생전 일구시던 황토밭에 집을 지었다

개똥밭 이승 떠나신 지 십 수 년

아버지의 땀 배인 언덕 위에

생전에 그리도 그리던 꿈의 집이다

 

석 달 만에 완공되어 첫 밤을 지내던 날

한밤중 지붕에서 등줄기 꺾어지는 소리

벽 틈으로 뚜두둑 허리 휘어지는 소리

병환으로 고통스러워하시던 아버지의 밤 같다

 

새로 집을 지으면

골조가 자리를 잡기까지 삐걱거린다는데

뼈마디 속속들이 피가 삭는 병을 얻으신 후

잠들지 못해 뒤척이며 통증을 달래시던 아버지

 

붉은 흙을 파헤치며 꿈꾸었던 소망

성성했던 삭신 허물어진 밭고랑 따라

대숲을 흔드는 바람처럼 퍼지는 신음소리

아프게 떠나신 그 자리에 새봄을 데리고 오신다

 

 

2013.03.05

시집 <엄마는 어땠어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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