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봄
아버지 생전 일구시던 황토밭에 집을 지었다
개똥밭 이승 떠나신 지 십 수 년
아버지의 땀 배인 언덕 위에
생전에 그리도 그리던 꿈의 집이다
석 달 만에 완공되어 첫 밤을 지내던 날
한밤중 지붕에서 등줄기 꺾어지는 소리
벽 틈으로 뚜두둑 허리 휘어지는 소리
병환으로 고통스러워하시던 아버지의 밤 같다
새로 집을 지으면
골조가 자리를 잡기까지 삐걱거린다는데
뼈마디 속속들이 피가 삭는 병을 얻으신 후
잠들지 못해 뒤척이며 통증을 달래시던 아버지
붉은 흙을 파헤치며 꿈꾸었던 소망
성성했던 삭신 허물어진 밭고랑 따라
대숲을 흔드는 바람처럼 퍼지는 신음소리
아프게 떠나신 그 자리에 새봄을 데리고 오신다
2013.03.05
시집 <엄마는 어땠어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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