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5

고주박/<물도 자란다>

花雲(화운) 2013. 1. 23. 10:12

고주박

 

 

소나무가 죽으면

그 뿌리 썩을 대로 썩었다가

다시 태어날 때가 있다

 

굳게 잠겼던 대지의 빗장 열려

세상천지 밝은 빛 보게 되어서야

두르고 있던 흙 터럭 말끔히 털어내고

반질거리는 뼈다귀로 태어난다

 

세월 흐르면

살아있는 것들 죽어 스러지는 동안

어둠 속에서 굳어진 옹이

 

바위가 부셔져 흙이 되는 시간 기다렸다가

장인의 정성어린 손길 만나서야

지워진 나이테 생생히 부활하듯

새잎을 피우지 못해도 새 생명이 된다

 

 

2013.01.20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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