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꽃이다!
쉽게 물러가지 않는
꽃샘추위 때문에
달려오던 봄날이 멈칫거리는데
돌담 사이 푸른 잎 속에서
때 이른 잔치가 벌어졌다
밥풀만한 잎새를
분주히 헤집고 다니는 날갯짓
부산스런 소동이 궁금했는지
길목을 지키던 겨울햇살도
흥겨운 마당을 기웃거린다
오라!
손 시린 뜨락에
만찬을 차려놓은 건
눈곱만한 연두꽃
큰 나무 아래
눈치껏 둘러서 있는 회양목이
겨우내 허기졌을 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있다
봄볕 아래 눈부신 꽃만 꽃이겠느냐?
누구보다 일찍
밥상을 차리는 너도 꽃이다!
2013.03.28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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