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5

너도 꽃이다!/<물도 자란다>

花雲(화운) 2013. 3. 28. 21:03

너도 꽃이다!

 

 

쉽게 물러가지 않는

꽃샘추위 때문에

달려오던 봄날이 멈칫거리는데

돌담 사이 푸른 잎 속에서

때 이른 잔치가 벌어졌다

 

밥풀만한 잎새를

분주히 헤집고 다니는 날갯짓

부산스런 소동이 궁금했는지

길목을 지키던 겨울햇살도

흥겨운 마당을 기웃거린다

 

오라! 

손 시린 뜨락에

만찬을 차려놓은 건

눈곱만한 연두꽃

 

큰 나무 아래

눈치껏 둘러서 있는 회양목이

겨우내 허기졌을 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있다

 

봄볕 아래 눈부신 꽃만 꽃이겠느냐?

누구보다 일찍

밥상을 차리는 너도 꽃이다!

 

 

2013.03.28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

'花雲의 詩 > 화운의 詩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  (0) 2013.06.26
누구를 위해 종을 흔드나  (0) 2013.04.10
별들의 길/<물도 자란다>  (0) 2013.03.11
아버지의 봄/ 1  (0) 2013.03.09
겨울 손님/<물도 자란다>  (0) 2013.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