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5

드라마 함정

花雲(화운) 2013. 1. 25. 09:51

드라마 함정 

 

 

일일 저녁 드라마를 보다가

옆에 있던 딸이 한마디 찌른다

 

30년을 산 자기가 봐도

다음 전개될 내용이 뻔히 보이는데

60년을 산 엄마는 더 환히 보이지 않겠느냐고

지난주에도 거르지 않고 보고선

다 아는 내용을 전혀 몰랐던 것처럼

놀라고 분노하고 책망하는 소리를 그치지 않으니

참 불가사의한 노릇이라고

 

딸과 함께 드라마를 보노라면

잠자코 보기만 하고 참견하는 소리 그만 두라고

잦은 군소리를 듣지만

그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 중 하나다

 

나이 먹으면

평생 듣기만 하고 담아두었던 말이 그리 많았던지

한정 없이 열린 입 닫아두지 못하고 

끓는 냄비 뚜껑 열리듯 터져 나오는 말, 말

남들이 꾸며놓은 약삭빠른 얘깃거리에도

눈과 귀가 솔깃해져 속절없는 환상을 쫓아

근질거리는 입 하나 통제하지 못하는 포로가 된다

 

 

201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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