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함정
일일 저녁 드라마를 보다가
옆에 있던 딸이 한마디 찌른다
30년을 산 자기가 봐도
다음 전개될 내용이 뻔히 보이는데
60년을 산 엄마는 더 환히 보이지 않겠느냐고
지난주에도 거르지 않고 보고선
다 아는 내용을 전혀 몰랐던 것처럼
놀라고 분노하고 책망하는 소리를 그치지 않으니
참 불가사의한 노릇이라고
딸과 함께 드라마를 보노라면
잠자코 보기만 하고 참견하는 소리 그만 두라고
잦은 군소리를 듣지만
그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 중 하나다
나이 먹으면
평생 듣기만 하고 담아두었던 말이 그리 많았던지
한정 없이 열린 입 닫아두지 못하고
끓는 냄비 뚜껑 열리듯 터져 나오는 말, 말
남들이 꾸며놓은 약삭빠른 얘깃거리에도
눈과 귀가 솔깃해져 속절없는 환상을 쫓아
근질거리는 입 하나 통제하지 못하는 포로가 된다
201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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