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촛불
어렴풋이 스쳐가듯 만났던 두 사람
언젠가는 한번쯤 보고 싶었다지만
헤어진 지 20년이 지나 언뜻 만났다
먼발치에서도 한눈에 알아본 익숙한 모습
흘러간 세월만큼 바래버린 머리칼이
바람처럼 건너온 시간들을 비추고 있었다
서로의 가슴 뒤 편
꽁꽁 잠가두었던 문을 슬며시 열어보면
언제든지 촛불처럼 타고 있었다던
그 20년을 거듭 흘려보내고
이따금씩 아프게 들여다보는 깊숙한 방
꺼지지 않는 촛불은 지금도 빛나고 있을까
2011.07.14
시집 <상사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