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4

비 오는 날은

花雲(화운) 2011. 7. 9. 00:19

 비 오는 날은

 

 

비 오는 날은 책 읽기 좋은 날

들리는 건 하늘에서 쏟아 붓는 물소리뿐

듣고 싶지 않은 소음

모조리 쓸어 흘려 보내주기 때문인지

 

비 오는 날은 음악 듣기 좋은 날

수금을 타듯 장단 맞추는 빗방울 따라

또닥또닥 따다닥 똑 따다닥

물 위에 실려 가는 가락이 흥겨워선지

 

비 오는 날은 편지 쓰기 좋은 날

보여주고 싶어도 망설이던 젖은 마음

오늘만은 속속들이 헹궈내어

소쿠리에 건지듯 담을 수 있어서인지

 

비 오는 날은 차 마시기 좋은 날

눈에서 혀 끝으로 감돌아

가슴으로 스며드는 꽃물 같은 향기

스쳐온 시간 속으로 날아갈 수 있어서인지

 

비 오는 날은

무얼 하든지 마음껏 젖을 수 있어서 좋다

 

 

201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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