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지다
푸른 오월
눈부시게 피어났던 꽃들은
한 시절을 누리고 어디로 가나
발 저리도록 걸어온 길 위에서
하염없이 연약한 뿌리 내리며
새 순 돋우려 뻗어가던 날들이 얼마였는지
꽃 한 송이 피우려 서럽게 기다리던 날
때로 궂은 비 내려도 쾌청한 날 있어 좋았지
외로움에 떨며 울던 밤에도
밤하늘의 달빛은 따사롭기만 했다
벌 나비들 몰려와
그렇게 많은 사랑을 갈구했어도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 순간은 진정 짧기만 해서
노을 번지는 하늘 몸서리치게 껴안으며
꽃 그림자 비춰주던 연못 위에
향기로웠던 봄날의 젊음
눈물 어린 별로 지다
2011.06.01
거제도 산방산 비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