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4

나비를 접는 여자

花雲(화운) 2011. 6. 11. 08:07

나비를 접는 여자

 

 

전철의자 맨 끝 구석자리

알록달록 색동 리본을 한 뼘씩 잘라

작은 고를 만들어 나비를 접고 있는 여자

중년으로 넘어가는 펑퍼짐한 몸매지만

손놀림은 날렵해 몇 바퀴 재주를 부리더니

금새 손끝에서 날개를 펴고 팔랑거린다

한 마리, 두 마리, 수십 마리……

불과 몇 초 만에 한 마리씩 태어나는 나비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승객들의 시선을 따라

내내 침묵하던 객차 안은

꽃 피는 정원이 되어 가는데

분주한 하루의 교차점에서

동서남북 사방으로 날아가는 마음의 나비들……

제각기 빛나는 꿈을 작은 날개에 실어

쉴 새 없이 부화시켜 허공으로 날려 보낼 때

중년의 고단한 가슴에도 아련한 꽃 무지개 걸린다

 

 

20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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