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접는 여자
전철의자 맨 끝 구석자리
알록달록 색동 리본을 한 뼘씩 잘라
작은 고를 만들어 나비를 접고 있는 여자
중년으로 넘어가는 펑퍼짐한 몸매지만
손놀림은 날렵해 몇 바퀴 재주를 부리더니
금새 손끝에서 날개를 펴고 팔랑거린다
한 마리, 두 마리, 수십 마리……
불과 몇 초 만에 한 마리씩 태어나는 나비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승객들의 시선을 따라
내내 침묵하던 객차 안은
꽃 피는 정원이 되어 가는데
분주한 하루의 교차점에서
동서남북 사방으로 날아가는 마음의 나비들……
제각기 빛나는 꿈을 작은 날개에 실어
쉴 새 없이 부화시켜 허공으로 날려 보낼 때
중년의 고단한 가슴에도 아련한 꽃 무지개 걸린다
20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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