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뭐 하시니?
얼마나 많은 자녀들이 부모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기지고 있을까? 결혼을 하고 자녀를 키우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나로서는 지나고 나서 생각해볼 때 가슴 아픈 부분도 많고 후회되는 일이 적지 않다.
요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데 하루는 한 여자 아이에게 아버지께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 물어보게 되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우물우물 거린다.
"뭐라고? 잘 안 들려. 다시 얘기 해줄래?"
"... ㅇ...물상이요."
"뭐라고? 오...물상?"
"고...물...상이요."
대답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마지못해 하는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겨우 답을 한다. 아이에게는 무척 힘든 답변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답을 해놓고 그 결과가 궁금한지 아주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아! 고물상... 음... 그렇구나. 음... 부모님께서 아주 힘든 일을 하시는구나."
말을 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을지 부지런히 생각을 하면서 아이의 표정을 살폈다. 부모의 직업을 말해야 하는 아이의 얼굴에 곤혹스러운 표정이 스쳐갔던 것을 뒤늦게야 알아챈 순간이었다.
"그래... 일이 많으시겠구나. 힘드시겠네... ㅇㅇ이가 공부 열심히 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려야 하겠다."
그러자, 금세 아이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얼핏 스쳐간다. 다른 사람에게 부모의 직업을 얘기하기가 무척 꺼려졌을 텐데 정작 염려했던 반응이 아니고 격려를 받게 되어선지 순간 얼굴이 밝아진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행이란 표정으로 가늘게 "네!"라는 대답을 하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마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안쓰러워져서 다시 물었다.
"그럼 방과 후에는 집에 혼자 있니?"
"네. 근데 언니가 금방 학교에서 와서 같이 있어요."
"오! 그래? 다행이구나. ㅇㅇ아! 학교 다녀오면 숙제도 잘 챙기고 식사도 제 때 챙겨 먹고 해라."
부모님이 밖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 학원에 오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거의 하루를 혼자서 보내게 된다. 학교 다녀와서 책가방을 바꿔 들고 학원에 갔다가 또 다른 학원으로 가고... 더러는 할머니가 있어서 돌봐주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학원 버스를 타는 정류장으로 할머니가 학원 가방을 가지고 나와 학교 가방을 바꿔 가지고 가는 것이다. 그래도 돌봐주는 다른 가족이 있는 아이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 가게 일을 하느라 돌봐 줄 수 없어 친정어머니께 맡겼던 일이 새삼 아주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학원에 오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그 때 아주 중요한 시기를 놓친 것 같아 여간 후회가 되지 않는 것이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부모가 직업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아이는 부모가 교사라느니, 약사라느니 아주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아이들이 있다. 어쩌면 부모들이 직업을 갖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같다. 그런데 남에게 부모의 직업을 자랑하기를 꺼려하는 경우, 부모의 정성 어린 손길도 받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도 부족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시기에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과 떨어져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을 지라도 수시로 핸드폰으로 아이의 정황을 살피며 통화라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게다가 부모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일이 가정과 사회에 얼마나 중요하고 유익한 일인지 설명해주고 긍지를 갖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아이도 장차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자신도 나름대로의 긍정적인 청사진을 그리게 될 것이다.
잠시 동안이나마 밝은 얼굴이 되어 돌아가는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긍지를 갖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는 생각으로 오늘 날,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좀 더 따듯한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2010.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