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아픔
지난겨울 남편과 함께 팔짱을 끼고 길을 걷다가 갑자기 남편이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어깨가 꺾여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그 후 파스를 붙이고 찜질을 하는 동안에 증세가 호전되어 몇 달째 나아지는 듯했는데 최근 들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팔을 많이 쓰게 되어선지 얼마 전부터 서서히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려니 기다려 봐도 좋아지지 않더니 급기야는 밤에 더욱 심해지는 통증으로 밤을 제대로 잘 수가 없게 되었다. 아무래도 단단히 고장이 난 것 같아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았더니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고 MRI를 찍어봐야 자세한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MRI 촬영을 하려면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해서 예약 일을 잡기 위해 복도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맞은 편 주사실에서 갑자기 어린 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몹시 아픈 듯 울음 터뜨리더니 엄마의 달래는 소리가 들리고 울음소리가 잦아드는 듯 하다가 다시 정말 고통스럽다는 듯한 울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그러자 의사의 달래는 소리가 들리고 아기는 잠시 견디는 듯 하다가 또 울기 시작한다. 무슨 치료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상태가 좋지 않아서 힘든 치료를 하는 것인지 아기의 울음 소리는 간간히 이어지다가 얼마 후 엄마의 품에 안겨서 복도로 나왔다. 아기의 눈 가엔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고 치료를 받기에 힘이 들었는지 아예 엄마 어깨 위에 고개를 늘어뜨리고 아주 축 쳐져서 가냘픈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잠시, 주변이 조용해져 아기의 치료가 끝났는가 싶기도 하고 책을 보면서 아파하는 아기의 존재를 얼핏 잊어버렸는데 느닷없이 그 아기의 고통의 비명을 다시 지르기 시작했다. 정말 많이 아픈지 울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를 다 지르고 있는 것 같다. 어른이 지르는 고통의 소리도 듣기 안타까운데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아기의 울음은 참으로 듣는 이의 마음 또한 자지러지게 만든다. 그런데 아기의 엄마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20여 년 전 큰애인 아들이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일이 있었는데 아이의 몸 상태가 어떤 이유로 안 좋아졌는지 여러 가지 검사를 하는 중에 척수검사를 받아야 할 일이 있었다. 검사하는 날, 아이의 웃옷이 모두 벗겨지고 거의 알몸상태로 수술대 위에 옆으로 뉘여 졌다. 시술 부위만 동그랗게 뚫어진 덮개를 덮은 다음 아이의 팔다리를 꽉 잡으라고 한다. 나는 아이의 팔을 잡고 간호사는 다리를 부여잡고는 의사가 아주 굵은 바늘로 웅크리고 누워있는 아이의 척추 사이로 찔러 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도 그 아픔이 전달해져 오는 것 같아 이를 악물게 되었는데 얼마나 아픈지 참느라 신음 소리를 내는 아이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고 아프다고 소리고 지르지 못하고 있다. 아픔을 참느라 비지땀을 흘리는 아이의 고통스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팔을 잡고 있는 손에도 힘이 가고 심장까지 굳어져 버릴 것만 같은 압박감에 눌리고 있었다. 아이가 아프게 된 것이 부모의 잘못인 것 같아 마음이 오그라들고 크게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걱정에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 후 우리 아이는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고 지금 건강하게 되었지만 10개월도 안되어 보이는 아주 어린 아기의 고통의 울음소리는 그 때 병원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아기가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왔을까? 얼마나 아프기에 저렇게 자지러지게 우는 걸까?' 내 귀는 온통 주사실에 집중되어 읽는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앞으로 아기가 살아가면서 겪어야 될 슬픔과 괴로움으로 울게 될 일도 많고 많을 텐데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가 저렇게 고통 속에서 울부짖다니... 내 마음까지 찢어지는 듯 안타까움이 밀려오고 서글픈 생각이 들게 된다. 부디, 아기가 치료를 잘 받고 치유 되어서 건강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앞으로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에 고통과 아픔으로 울기 보다는 화해와 용서로 웃는 날들이 더 많기를 비는 마음이다.
2010.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