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산책로/화운의 에세이

손을 보고 알았지

花雲(화운) 2010. 4. 10. 16:07

손을 보고 알았지

 

 

  교회 예배시간 중간에 잠시 쉬는 시간이 있어 물을 먹으러 정수기 있는 곳으로 갔다. 정수기 앞에는 몇 사람이 물을 먹으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두 살 겨우 됨직한 여자 아기가 어머니가 떠주는 받아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병아리가 물을 먹는 모습과도 흡사하여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그 뒤로 여학생 하나가 물병에 물을 담고 있었는데 물을 받고 있는 사이로 커다랗고 두꺼운 손이 갑자기 들어와서 새치기를 한다. 그러자 여학생이 흠칫 놀라는 듯 하더니 이내  희색이 만연한 얼굴로 물을 다 받고는 고개를 돌려 얼굴에 가득 미소를 짓는다.

 

  “손을 보고 아빠인 줄 알았지”

  “그래. 네 아빠 손은 두꺼비 손이야”

 

  두 부녀가 다정하게 나누는 짧은 대화다. 옆에서 듣고 있자니 얼마나 사랑스러운 대화인지 듣는 이에게도 훈훈한 감동을 준다. .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손만 보고도 알아볼 수 있을까? 

  언젠가 군부대를 찾아가 군병들을 위로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중에서 병사들의 어머니가 가려진 벽에 뚫어진 구멍 사이에 나온 사병들의 손을 만져보고 자기 아들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게임이 있었는데 무대로 올라온 어머니들이 구멍으로 나온 여러 개의 손들을 차례차례 만져보며 손을 찾아내려 애를 쓰고 있었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아들의 손을 알아내었지만 몇 명의 어머니들이 자신의 아들의 손을 알아내지 못했다. 이 손 저 손을 만지작거리다 지정한 손의 얼굴을 공개했을 때 자기의 아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그 어머니는 얼마나 당황되었을까. 사람들 앞에서  아들의 손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당혹감보다는 자신이 아들의 손에 대해서 그동안 관심이 없었다는 것에 대해 더 당황하고 마음 아팠을 것 같다.

  

  우리는 과연 가족들의 손을 만져만 보고 금방 알아볼 수 있을까? 어쩌면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다. 배우자와 사이가 불편한 사람들은 그 모습만 보고도 진저리를 칠 지 모르지만 그럴지라도 적어도 그 손의 생김새만은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부터는 가족의 손을 만져보자.

남편과 아내의 손이 어떻게 생기고 얼마나 거칠어졌는지 한 번 쓰다듬어 주자. 아이들의  손을 매일 만져주고 뽀뽀 해주자. 그런 작은 몸짓이 가족들의 가슴을 얼마나 따듯하게 해줄 수 있을지...... 그렇게 해준다면 아무리 힘들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게 되더라도 그 피로는 속히 풀리게 될 것이다. 남편은 아내를 격려하고 아내는 남편을 의지하고 믿게 될 것이다. 자녀들은 부모를 존경하고 부모는 자녀들을 아낌없이 사랑하게 될 것이다. 손만 보고도 내 살붙이 인줄 알고 든든하게 여기고 사는 날이 되어야겠다.

 

 

201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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