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우는 밤
검은 비가 몰려올 듯
나무가 흔들리며
전깃줄이 신음소리를 낸다
들판을 구르다
산꼭대기로 솟구쳐
지평선을 달리자니
길이 멀어 울고
갈 길 몰라 운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몰라서
뼈가 갈리도록
외로움에 부딪는 소리
보이지 않는 길이 두려워
이 산 저 산 헤매며
돌개바람으로 맴돌다가
입 틀어막고 목울음을 참는다
굳게 잠긴 어둠이 풀리면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새아침이 고요해지기를 바라며...
2021.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