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7

대리모(代理母)

花雲(화운) 2019. 12. 11. 18:29

대리모(代理母)

 

 

비탈진 밭둑에

늙은 고욤나무가 서 있다

 

오래 전부터

반기는 이 없이 서 있지만

해마다 소복한 열매는 맺는다

말랑말랑 익으면

까맣게 말라버릴 때까지 떨어지지 않고

새들의 먹이가 되어준다

 

감나무는 새끼를 낳지 못한다

잘 익은 홍시의 씨앗을 땅에 심어도

태어나는 나무는 감을 맺지 못한다

 

어린 고욤나무 기둥을 어슷 잘라내어

그 자리에 감나무 새 가지를 붙여 싸매주면

어느 사이에 상처가 아물어

한 몸이 되어 자라난다

 

뿌리는 고욤나무지만

새로 뻗는 가지는 감의 어미가 되어

크고 노란 과실을 맺기 시작한다

제 몸을 내어주고 키우는 새 생명이다

 

 

209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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