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代理母)
비탈진 밭둑에
늙은 고욤나무가 서 있다
오래 전부터
반기는 이 없이 서 있지만
해마다 소복한 열매는 맺는다
말랑말랑 익으면
까맣게 말라버릴 때까지 떨어지지 않고
새들의 먹이가 되어준다
감나무는 새끼를 낳지 못한다
잘 익은 홍시의 씨앗을 땅에 심어도
태어나는 나무는 감을 맺지 못한다
어린 고욤나무 기둥을 어슷 잘라내어
그 자리에 감나무 새 가지를 붙여 싸매주면
어느 사이에 상처가 아물어
한 몸이 되어 자라난다
뿌리는 고욤나무지만
새로 뻗는 가지는 감의 어미가 되어
크고 노란 과실을 맺기 시작한다
제 몸을 내어주고 키우는 새 생명이다
2091.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