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원치 않게 어긋나는 일이 생기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못된 놈이 있다
도둑같이 몰래 들어왔어도
티 안 나게 다녀가면 다행인데
도대체 그놈에겐 자비란 찾아볼 수가 없다
야비하고 잔인해서
겪고 싶지 않은 분란을 일으키고
자꾸 눈앞에서 따가운 연기를 피워 올린다
얼마나 버틸 수 있나
인내심을 시험이라도 하듯
마땅히 피할 길도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거기에 이해라는 꼬리표를 달고
절망스러운 눈물을 강요할 때면
하는 문이 닫힌 것을 원망하는 수밖에
그래도 지독히 도전적인 상대에겐
무릎을 꿇을 수도 있을 테니
포기할 수 없는 투지에 두 손 들도록
머뭇거리지 말고 차내 버릴 일이다
다시 다가와도 절대 물러나지 말 일이다
2019.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