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감로사에서 - 김부식
題松都甘露寺次惠遠韻 (제송도감로사차혜원운)
俗客不到處 (속객불도처) 세속 나그네의 발길이 닾지 않는 곳
登臨意思淸 (등임의사청) 올라오니 생각이 해맑아진다.
山形秋更好 (산형추갱호) 산의 모습은 가을이라 더욱 곱고
江色夜猶明 (강색야유명) 강 물빛은 밤인데도 오히려 밝다.
白鳥高飛盡 (백조고비진) 해오라기 높이 날아 사라져 가고
孤帆獨去輕 (고범독거경) 외론 돛만 혼자서 가벼이 떠간다.
自慙蝸角上 (자참와각상) 달팽이 뿔 위에서
半世覓功名 (반세멱공명) 공명을 찾아다닌 반평생이 부끄럽구나.
* 蝸角: 달팽이 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을 두고 다투는 것을 말함
金富軾 (1075~1151)
- 고려 인종 때의 학자이자 문장가. 호는 뇌천(雷川)/ 본관은 경주이다.
- 신라 왕실의 후예로 4형제가 모두 과거에 합격하여 문명을떨쳤다. 삼국 시대 역사를
정리한 《삼국사기》를 지은 역사학자로 유명하고, 정지상과 함께 시명을 다툰 시인
이기도 했다.
작품해설
- 복잡한 세속에서 바쁘게 살다가 절 집을 찾아 산에 올랐다. 높이 올라 멀리 보니 마음이
아주 맑고 편안해진다.
- 멀리 강물이 보이는데 강물 빛은 밤이 되자 오해려 달빛을 받아서 더 희게 느껴진다.
- 저 아래 물 가에서 흰 해오라기가 푸드득 날개를 치는가 싶더니, 이 한밤에 높이 솟아
올라 어디론가 날아간다.
- 허공으로 훨훨 날아가버린 해오라기, 바쁠 것 없어 유유히 떠내려가는 돛단배를 보다가
시인은 갑자기 말도 못하게 부끄러워졌다. 그동안 달팽이 뿔처럼 좁디좁은 세상에서
부귀영화와 권세를 누리겠다고 아옹다옹 다투고 싸우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그러니까 높이 올라 날아가버린 것은 해오라기가 아니었고 홀로 가볍게 떠내려간 것은
돛단배가 아니었다. 정작 날아가버리고 사라져버린 것은 내 안에 잔뜻 들어있던 욕심
스런 마음이었다.
- 속세의 나그네로 들어온 가을 산속에서 그는 비로서 새롭게 태어나 깨끗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주)보림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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