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의 풍경 - 이경전
卽事
一犬吠 (일견폐) 첮째 개가 짖어대자
二犬吠 (이견폐) 둘째 개가 짖어대네.
三犬亦隨吠 (삼견역수폐) 셋째 개도 덩달아 따라 짖으니
人乎虎乎風聲乎 (인호호호풍성호) 사람일까 범일까 바람소릴까?
童言山月正如燭 (동언산월정여촉) "산 달은 촛불처럼 환히 밝고요
半庭惟有鳴寒梧 (반정유유명한오) 반 뜰에는 오동 잎새 소리뿐예요.
李慶全 (1567~1644)
- 조선 중기의 문인. 호는 石樓. 본관은 산한이다.
-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의 아들로 문과에 급제하여 호당에 들어갔고, 벼슬이 좌참찬에
이르렀다. 아버지의 공으로 한평군에 봉해졌다.
- 문장에도 뛰어나 문집에 《석루유고》가 있다.
작품해설
- 조선시대 시인 이경전이 아홉살 때 지었다는 시다.
- 달이 환한데 온 마을에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 아버지와 아들이 사랑방에서 나누는
대화를 시로 옮긴 것이다.
- 개들이 왜 저렇게 한꺼번에 짖을까? 이 밤중에 누구 집에 도둑이라도 든 걸까? 아니면
산에서 법이라도 내려왔다?아니면 가을 바람 소리를 듣고 기분이 이상해진 걸까?
- 밖을 내다 본 아이는 막 동산 위로 둥실 떠오늘 환한 달빛을 보았다. 마지막 구절에서
'반 뜰'이라고 했는데 달이 아직 하늘 한가운데까지 솟아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담장에
걸려 마당의 절반에만 달빛이 비친 것이다.
- 온 동네 개들은 저 환하게 뜬 달빛을 보고 저렇게 짖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보름달은
동물을 조금 미치게 만드는 모양이다. 온 동네 개들을 저렇게 짖게 만든 것은 바로
달빛이 범인이었다.
- 그러나 시인은 분명하게 달빛을 범인으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도둑과 호랑이와 바람을
꼽아 놓고 여기에 다시 달빛과 오동잎 수리를 더해 놓았을 뿐이다.
- 시인은 분명하게 말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주)보림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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