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매조도에 쓴 시 - 정약용

花雲(화운) 2018. 7. 19. 18:43


매조도에 쓴 시 - 정약용

梅鳥圖詩



翩翩飛鳥 (편편비조)   펄펄 나는 저 새가

息我庭梅 (식아정매)   우리 집 매화 가지에서 쉬는구나.

有烈其芳 (유열기방)   꽃다운 그 향기 짙기도 하여

惠然其來 (혜연기래)   즐거이 놀려고 찾아왔다.

爰止爰棲 (원지원서)   여기에 올라 깃들여 지내며

樂爾家室 (락이가실)   네 집안을 즐겁게 해 주어라.

華之旣榮 (화지기영)   꽃이 이제 다 피었으니

有賁其實 (유분기실)   열매도 많이 달리겠네.


* 惠然: 고마워하는 모양


丁若鏞 (1762~1836)

- 조선 후기의 대실학자. 호는 茶山. 본관은 나주이다.

-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이 부승지에 이르렀다. 수원성을 쌓을 때는 기중기를 만들어

   과학 기술을 이용하기도 했다.

- 천주교 박해 때 천주교 신자라 하여 19년 간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이 기간 동안

    참으로 많은 책을 저술하였다.

- 저서에 방대한 《여유당전서》가 남아 있다.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

   와 아름다운 시문들이 전한다.


작품해설

- 이 시의 원문은 한 구절이 다섯 글자도 아니고 일곱 글자도 아닌 네 글자로 된 특이한

   형식이다. 지금부터 2,500년도 더 된 고대 중국의 노래 형식이다. 공자가 엮은 《시경》

   이란 옛 시집 속에 실려 있는 시들이 대부분 이런 네 글자 형식으로 되어 있다.

- 이 시 속에는 《시경》에 나오는 시와 비슷한 구절들이 많이 들어 있다. 그중에서도

   〈아가위꽃〉이란 시는 정약용의 시와 아주 비슷하다.

- 〈아가위꽃〉은 옛날에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여 잔치하면서 부르던 노래였다. 그

   가운데 몇 구절을 보면 다음과 같다.



아가위꽃 - 시경에서

常棣 (상체)


妻子好合 (처자호합)   아내와 자식이 정답게 지내는 것이

如鼓琴瑟(여고금슬)   마치 금슬을 연주하는 것 같아도

兄弟其翕 (형제기합)   형님과 아우가 화목해야만

和樂且湛 (화락차담)   즐겁고 기쁘다고 할 수가 있다.

宜爾室家 (의이실가)   네 집안을 화목하게 하고

樂爾妻帑(락이처탕)   그대의 처자식을 줄겁게 해주어라.

是穷是圖 (시궁시도)   이렇게 하려고 애를 쓴다면

亶其然呼 (단기연호)   정말로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常棣: 아가위나무

* 妻帑: 아내와 자식


- 위 시의 다섯 번째 구절을 보면 '네 집안을 화목하게 하고'라는 말이 나온다. 이것은

   앞에서 본 정약용 시의 여섯 번째 구절에 나오는 '네 집안을 즐겁게 해주어라.'라는

  말과 비슷하다. 정약용은 일부러

《시경》의 비슷한 표현을 골라서 자기의 시 속에 담으려고 했던 것이다.

- "나는 지금 멀리 귀양 와서 형제화도 떨어져 있고, 아내와 가족과도 떨어져 있다.

   그렇지만 매화가지를 찾아온 저 새처럼 함께 지내고 싶은 소망을 마음속에 간직

   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꼭 그렇게 될 수 있은 것이다. 너도 지금은 한 사람의 아내요,

   자식을 기르는 어머니가 되었구나. 형제간에 우애롭고 가족 같에 화목하게 지낼 수

   있도록 네가 더 노력하렴. 그러면 저 예쁜 꽃이 지고 알찬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리듯

   네 집안에 기쁘고 즐거운 일이 언제나 가득할 게다."

- 정약용이 딸을 의해 이 그림을 그려 주며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것이었다.

   딸은 아버지가 치마에 그려 보내준 그림을 보고, 멀리 계신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을 것이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주)보림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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