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시골집의 눈 오는 밤 - 최해

花雲(화운) 2018. 7. 19. 14:05


시골집의 눈 오는 밤 - 최해

縣齋雪夜 (현재설야)



三年竄逐病相仍 (삼년찬축병상잉)   세 해의 귀양살이 병까지 들고 보니

一室生涯轉似僧 (일실생애전사승)   한 칸 집에 사는 모습 스님과 비슷하다.

雪滿四山人不到 (설만사산인불도)   눈 덮인 사방 산엔 찾아오는 사람 없고

海濤聲裏坐挑燈 (해도성리좌도등)   파도 소리 속에 앉아 등불 심지를 돋운다.


* 竄逐: 쫓겨나 귀양살이를 함

* 海濤聲: 파도 소리. 여기서는 눈보라 소리가 파도 소리 같다는 뜻

* 挑燈: 등불의 심지를 꺼지지 않게 돋음


崔瀣 (1287~?)


작품해설

- 쵀해도 높은 기상과 재주를 지녔던 사람이었다. 젏은 시절 그는 자신의 능력을 뽐내어

   거만하기 짝이 없다가 맡은 일에 큰 실수를 저질러 구석진 시골로 쫓겨나 있었다.

- 첫 번째 구절을 보면 쫓겨나서 온 것이 벌써 삼 년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누무 것도

   없는 가난한 살림에 병까지 들었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가난한 스님과 같다고, 하루

    한끼 기니조차 잇기 어려운 힘든 형편을 하소연했다.

- 가뜩이나 살아가기 힘든데, 눈이 펑펑 내려서 춥기도 하고 밖으로 통하는 길이 다 막혀

   버렸다. 군불도 때지 않은 추운 방에서 벌벌 떨고 있자니 창문 밖에서 엄청난 파도 소리

   가 들려온다고 했다. 휘몰아치는 눈보라 소리가 마치 집채만 한 파도가 덮쳐오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 그는 잠을 못 이루며 오두마니 앉아서 등불 심지를 돋우고 있다. 등불 심지를 돋우는

   것은 불이 꺼지지 않게 하려는 행동이다.

- 펑펑 내리는 눈 속에 이곳을 찾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시인은 등불 심지를

   돋워서 불을 꺼트리지 않으려고 한다. 등불마저 꺼져버린다면 깜깜한 어둠 속에서

   집채만 한 파도 소리에 자신마저 휩쓸려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 이 시를 읽어 보면 패랭이꽃을 노래한 정습명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랜 귀양살이 끝에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의 존재가 완전히 잊혀질까 괴로워했던

   것 같다. 결국 최해는 이렇게 불우하게 살다가 다시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말았다.

- 시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한자로는

   '농가성진(弄假成眞)'이라고 하는데 뜻없이 한 말이 말한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말 속에 정령이 살아 숨쉰다고 믿어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주)보림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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