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패랭이꽃 - 정습명

花雲(화운) 2018. 7. 19. 13:41


패랭이꽃 - 정습명

石竹花



世愛牧丹紅 (세애목단홍)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사랑해서

栽培滿園中 (재배만원중)   동산에 가득히 심어서 기른다.

誰知荒草野 (수지황초야)   그렇지만 황량한 들판 위에도

亦有好花叢 (역유호화총)   예쁜 꽃 피어난 줄은 아무도 모르네.

色透村塘月 (색투촌당월)   그 빛깔은 시골 연못에 달빛이 스민 듯

香傳壟樹風 (향전롱수풍)   향기는 언덕 위 바람결에 풍겨 온다.

地偏公子少 (지편공자소)   땅이 후미져서 귀한 분들 오지 않아

嬌態屬田翁 (교태속전옹)   아리따운 자태를 농부에게 맡긴다.


* 地偏: 땅이 너무 외진 것을 말함

* 公子: 귀한 신분의 사람

* 田翁: 농사꾼. 농부


鄭襲明 (?)

- 고려 의종 때의 중신. 본관은 영일. 인종 때 국자사업.지제고 등의 벼슬을 역임하였다.

- 김부식 등과 함께 시폐 십조를 건의하였다가 거부되자 벼슬에서 물러났다.

- 의종 때 한림학사가 되어 의종에게 바른말로 간했다가 오히려 모함을 받자 약을 먹고

   자살하였다.

- 시로 이름이 높았다.


작품해설

-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는 꽃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마당 가득히 심어 높고

   그 붉은 꽃처럼 부귀하고 영화롭게 살았으면 한다. 모란은 송이도 크고 짙듲 빛깔을

   지녀 활짝 피어나면 그 당당하고 화려한 모습에 마당이 온통 환해진다.

- 패랭이 꽃은 그렇지가 않다. 다석 개의 가녀린 꽃잎을 가진 패랭이꽃은 꽃잎도 작고

   빛깔은 수줍은 분홍빛이다. 이 꽃을 마당에 심어 두려는 사람이 없어 들판의 오솔길

   옆에서 바람에 맑은 향기를 날리며 피었다가 조용히 질 뿐이다.

- 그렇지만 패랭이꽃은 모란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모란꽃은 짙게 화장을 하고 화려

   하게 옷을 차려입은 영화배우와 같지만 패랭이꽃은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진 순진하고

   해맑은 산골 아가씨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 시골 농부는 농사일에 바빠 패랭이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패랭이꽃은 그냥

   혼자 피었다가 혼자 질 뿐이다. 남이 알아주고 알아주지 않고는 패랭이꽃과 상관이

   없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도 어여쁜 꽃잎을 피우고 맑은 향기를 바람결에 흩날릴

   뿐이다.

- 정습명은 이 시를 왜 썼을까? 그는 기이한 재주와 넣ㅂ은 포부를 지녔던 뜻 높은 선비

   였다. 그렇지만 세상 사람들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이 시를 지어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내보여 주었던 것이다.

- 고려 예종 임금께서 이 시를 보고 깜짝 놀라 그를 불러오게 했다. 그를 만나 보고는 좀

   더 일찍 만나지 못한 것을 안타까위했다. 그에게 벼슬을 내리고 늘 가까이에 머물게

   했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주)보림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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