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가을밤 - 두목

花雲(화운) 2018. 7. 18. 20:45


가을밤 - 두목

秋夕



銀燭秋光冷畵屛 (은촉추광냉화병)   은 촛대에 가을빛은 그림 병풍에 차가운데

輕羅小扇搏流螢 (경라소선박류형)   가벼운 비단 부채로 반딧불을 치는구나.

天際夜色凉如水 (천제야색량여수)   하늘가 밤빛은 물처럼 싸늘한데

坐看牽牛織女星 (좌간견우직녀성)   견우와 직녀성을 앉아서 바라본다.


* 畵屛: 그림이 그려진 병풍

* 流螢: 반딧불이

* 牽牛織女星 : 견우와 직녀는 옥황상체의 벌을 받아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일 년에 칠월

   칠석날 단 한 번밖에는 만나지 못한다는 전설이 있다.


杜牧 (803~852)

-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자는 牧之. 당나라 말기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뛰어난 재주를

   품고도 세상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으므로 인생에 대한 슬픔을 노래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 특히 칠언 절구에 뛰어났다.


작품해설

- 가을 밤은 춥고 오싹하게 찬 기운이 느껴진다. 가을밤에 어떤 여인이 혼자 앉아 견우와

   직녀성을 바라보고 있다. 밤은 벌써 깊었는데도 그녀는 그냥 앉아 있다.

- 그녀의 방 안에는 은 촛대와 그림 병풍이 있고 손에는 비단으로 만든 고급스런 부채를

   쥐고 있다. 그녀의 신분이 꽤 높거나 생활이 부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시 속에는 '차갑다'와 '싸늘하다'는 표현이 두 번 나온다. 그런데 그녀는 손에 부채를

   쥐고 있다. 추운 가을밤에 왜 그녀는 손에 부채를 뉘고 있는 걸까?

- 그녀는 부채로 방 안으로 자꾸만 날아드는 반딧불이를 치고 있다. 빈딧불이는 원래 인적

   없는 황량한 들판에서 날아다니는데 그녀의 방까지 날아들어 왔다.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이 황량해졌다는 뜻이다.

- 무더운 여름철 부채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물건인데 때가 지나고 나면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가을 부채다. 그래서 한시 속에 나오는 '가을 부채'는 버림받은 여인을 상징

   하게 되었다. 시 속에 나오는 여인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여인이다.

- 이 시는 임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잊혀진 궁녀의 신세를 노래한 것이다. 그녀는 왜

   하필 많고 많은 별 중에서 견우성과 직녀성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이것은 두 가지

   풀이가 가능하다. 하나는 우리도 견우와 직녀처럼 헤어져서 만나지 못하니 너무 슬프

   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영 사람하는 임과 다시는 만날 수가 없어 슬프다는 것이다.

- 시인은 그녀가 임금에게 버림받은 궁녀라는 것을 단지 그녀의 손에 부채를 쥐여 줌

   으로써 독자들이 눈치 챌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이전부터 많은 시인

   들이 가을 부채를 버림받은 여인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주)보림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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