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는가 싶었는데
잔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살금살금 뒷걸음질을 친다.
봄날은 언제나 아쉽다.
흘러간 우리의 청춘처럼...
지난 가을,
때아닌 사랑에 멍들었던 명자꽃이
열열한 사랑을 달고 왔다.
붉은 사랑
타는 마음
금낭화는 두 배나 자랐다.
키가 너무 커서 바람에 쓰러질까 염려된다.
장미매발톱
작은 화분으로 사서 잘 보이는 곳에 심었다.
해마다 고운 얼굴 만날 수 있기를...
자목련
작년에 묘목을 심었는데
자줏빛 치마자락 펄럭이며 춤을 춘다.
신품종이라 값을 더 주었는데
토질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고 한다.
고귀한 봄의 여왕으로 군림할 날을 고대하며...
영산홍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이어서 철쭉들이 함성을 지를 것이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 옆,
4대조 할머니 무덤 가에 심은 조팝나무가
너무나도 탐스럽게 피었다.
조금은 스산하던 길목이 무섭지 않게 되었다.
시영산방의 여섯번째 봄날
(2013년 준공)
도고산 자락, 햇살 밝은 詩映山房!
똘이랑 설이도 아침 햇살을 반긴다.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
빛나는 꽃길이어서 즐겁다.
지난 겨울 폭설에
가제보가 무너져 새로 설치를 했는데
아주 산뜻하고, 무엇보다 화분 걸 데가 있어 반갑다.
코코넛 화분걸이를 걸어 놓으니
분위기가 한결 아늑해진다.
아래로 보이는 마을 풍경이 아주 푸근하다.
매일 아침 바라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산으로 가는 임도를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답구...
산 길을 따라 벚나무랑 산수유나무 35주를 줄지어 심었다.
우리 생전에 만산홍엽을 못 보더라도
훗날,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하기를...
우리 집에 새로 온 아이가 아주 사랑스럽다.
갖가지 꽃과 나무들이
봄의 퍼레이드를 벌이면 우리 집은 궁전이 된다.
실내에서 겨울을 지낸 아이들도 바깥나들이를 했다.
다육이의 싱그러운 푸른 잎
5년 동안 키워 온 주목이
냉해로 얼어 죽어서 새로 데려 온 아이,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되더라도
오래오래 잘 살아주기를...
우리 강아지 똘이가 비가 오더라도
마음 놓고 쉴 데가 있어 참 다행이다.
따스한 햇살 아래, 길게 늘어져 쉬는 중...
꽃사과 나무가 하늘에 수를 놓았다.
이토록 탐스럽기는 올해가 최고다.
활짝 피어나면 거실 동쪽이 환해지겠다.
뒤뜰의 복숭아꽃도 한껏 얼굴을 내밀고...
열매를 얻으려면 솎아주어야 한다는데
꽃만 보아도 예뻐서 차마 따버리지를 못하겠다.
참으로 눈부신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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