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웃고 만사 모두 잊어버리세 - 부휴 선수
강호춘진락화풍 (강호춘진락화풍) 강호에 봄 다해 꽃잎은 바람에 날리고
일모한운과벽공 (일모한운과벽공) 날 저문 하늘에 구름은 어딜 가나
빙거료득인간환 (빙거료득인간환) 너로 인해 인간사 허깨빈 줄 알았으니
만사도망일소중 (만사도망일소중) 한번 웃고 만사 모두 잊어버리세.
浮休 善修 (1543~1615)
- 조선
작품해설
- 이 시의 주제는 '잊어버리자'라는 한 마디로 귀결된다. 그래서 왜 잊어버려야 하는지
잊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사실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 첫째 구절과 둘째 구절에서 우리 주변을 관찰한다. 계절은 늦은 봄이다. 봄이 저물어
가니 그 화려하게 들과 산을 장식하던 꽃들도 바람에 하염없이 꽃잎을 날리고 있지
않으냐고 와서 보라고 말한다.
- 시간은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 무렵이다. 이 석양의 시간에 나갔다가 들어와야 하는데
저 하늘에 구름은 무슨 볼 일이 있다고 해질 녘에 저렇게 바찌 가고 있는지 또 와서
보라고 말한다.
- 그런데 셋째 구절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보거나 정처없이 떠도는 구름을 보면 인간이
사는 것도 다 허황한 한바탕 꿈인 줄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 어떻든 "사람 사는 것이 허망하다"는 진단을 내려놓고 그러니 어떻에 하자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마지만 구절에서 대답하고 있는 것이 이 시의 가장 매력적인 결론이라
생각한다.
- 허망하다는 사실로 절망에 빠지는 비관주의적 태도도 아니고, 아무 것도 없다고 단정
하는 허무주의적 태도도 아니다. 오히려 극적인 반전을 일으키고 있다. "한바탕 웃어
버리자. 그리고 다 잊어버리자"라고 제안하는 것은 가장 비극적 순간을 낙관적 분위
기로 반전시켜주고 있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禪詩의 세계
박문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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