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랑의 물이 맑거든 - 굴원
<漁父辭>
滄浪之水淸兮 (창랑지수청혜) 창랑의 물이 맑거든
可以濯吾纓 (가이탁오영) 내 갓끈을 씻을 것이요
滄浪之水濁兮 (창란지수탁혜) 창량의 물이 흐리거든
可以濯吾足 (가이탁오족) 내 발을 씻으리다.
* 滄浪 : 漢水의 지류라는 설, 한수의 하류라는 설, 및 夏水라는 설이 있는제, 중국의
형주(荊州) 일대에 흐르는 강의 이름이었던 것으로 본다.
屈原 (340~299. B.C.)
- 전국시대 楚나라의 삼려대부(三閭大夫)인 굴원은 강직하였기 때문에 모함을 받아
유배를 당하고 말았다.
- 이 때 「漁父辭」라는 글을 지었는ㄷ 유배를 와서도 곧은 지조를 지키며 나라를
근심하는 굴원이 자연에 따라 순응하도록 총고하는 어부를 만나 대화하는 형식의
글이다.
작품해설
- 고깃배를 저어가며 지나가던 어부가 근심에 싸여 초췌한 몰골로 물가를 방황하고 있는
굴원을 알아보고는 말을 건넸다. "어쩌다가 유배를 당하게 되었는가"하고 묻자, "온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청렴했고 뭇 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었으니, 그래서 유배를 당했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결백함에 따른 억울함과
세상의 부조리함에 대한 원망이 가득 배어 있는 말이다. 이 말을 듣고서 어부가 한
마디 했다.
"성인이란 사물에 얽매이거나 걸리지 않으며 세상과 더불어 헤쳐 나갈 수 있는
법인데,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혼탁하다면 어찌 그 진흙탕에 뛰어들어 같이 물결을
일으키지 않았으며, 뭇 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다면 어찌 그 술지개미라도 먹고 같이
그 술을 마시지 않고서, 생각을 깊이 하고 행동을 고매하게 하다가 스스로 유배를
당하고 말았느냐"고 은근히 나무라면서 충고를 해주는 말이다.
이에 굴원이 다시 대답했다. "내가 들으니, '새로 머리감은 사람은 맞드시 冠을
털어서 쓰고, 새로 목욕한 사람은 맞드시 옷을 털어서 입는다'고 하였다. 어찌 이
깨끗한 몸으로 사물의 더러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차라리 湘水(상수)에
빠져서 고기밥이 되어 물고기 뱃속에다 장사를 지낼지언정, 어찌 희디흰 순결함으로
세속의 티끌을 뒤집어 쓸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어부는 이 결백하고 굽힐 줄
모르는 강인한 지조를 지닌 선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빙그레 미소를 짓고는 다시
노를 저어 떠나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위에서 인용한 시는 바로 그 어부가 떠나면서
부른 노래이다.
- 굴원은 이「漁父辭」에서 자신의 옳은 신념과 지조를 굳게 지키고 시련에 굽히지 않겠
다는 신념을 가졌더라도, 환경과 처지에 부드럽게 적응해가야 한다는 어부의 두 가지
처신방법을 제시하며 대빔시키고 있다.
- 굴원과 어부의 태도는 바로 유가의 규법주의적 가치와 도가(老莊)의 자연주의적 가치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 여기에 의미 있는 절충적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강직함'과 '유연함'의 양쪽을 동시에
실현하는 방법이다. '外柔內强'으로 자신의 내면에서 지조는 강직하게 지키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적절히 타협하고 순응하는 유연성을 보이라는 것이다.
- 굴원의 「漁父辭」는 이렇게 상반된 가치관을 어느 한쪽에 편들지 않고 격조 높게 대비
시켜 주고 있다는 점에서 오랜 세월 사람들의 가슴속에문제를 던져주고 있는 명문
가운데 명문이라 생각된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중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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