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밤 - 이행
八月十八夜 『容齋集』권 7
平生交舊盡凋零 (평생교구진조령) 평소의 사귀던 친구들 모두 세상을 떠나
白髮相看影與形 (백발상간영여형) 백발 된 이 몸, 형체와 그림자만 마주 보네.
正是高樓明月夜 (정시고루명월야) 그야말로 달 밝은 밤,높은 누각에 앉았는데
笛聲凄斷不堪聽 (적성처단불감청) 처절한 피리 소리 차마 듣기 어려워라.
李荇 (1478~1534)
- 「팔월심팔야」는 이행이 43세 되던 해에 쓴 시다.시에 비장한 기운이 감도는 걸로
보아선, 절친한 친구였던 읍취헌(挹翠軒) 박은(朴誾,1479~1504)을 떠올리지 않았
을까 짐작한다.
- 박은은 연산군 대에 벌어진 甲子士禍에 연루되어 26세의 젊은 나이에 사형을 당했다.
이행 역시 이때 박은과 연결된 사람으로 지목당해 고문을 당한 뒤 노비신분으로 떨어
졌다.
작품해설
- 친구는 사형당하고 자신은 유배지에서 양을 치며 온갖 고초를 겪었다. 이 시를 쓸 때
이행은 왕자나 왕손의 胎를 묻은 장소를 찾기 위해 파견하는 임시 관원인 證考使가
되어 영호남을 순회하고 있었다. 자신은 복권되어 살아남았지만, 친구들은 모두 비명
횡사했으니 비감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 '백발 된 이 몸, 형체와 그림자만 마주 보네.' : 홀로 남은 자의 고독감이 짙게 배어
있는 구절이다.
- '그야말로 달 밝은 밤, 높은 누각에 앉았는데' : '밝은 달'과 '높은 누각'은 혼자 남은
이행의 처지와 심정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시어다.
- 이행의 혼자 남은 외로움은 끝내 '처절함'으로 옮아간다. 달 밝은 밤에 들리는 피리
소리는 그야말로 '운치 있어야' 하는 것인데 제 명에 못 살고 죽은 친구들을 떠올려
보니 슬프기 짝이 없다.
- 한시 비평에 탁월했던 허균(許筠,1569~1618)은 그의 저작 성수시화(惺叟詩話)」
에서 이 작품을 이렇게 평가했다.
"내가 평소에 즐겨 읊던 절구 한 수다. (…) 감개가 무량하여 이를 읽노라면 가슴이
메어진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親·四
왕의 서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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