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8월 18일 밤 - 이행

花雲(화운) 2018. 1. 27. 17:35


8월 18일 - 이행

八月十八夜 『容齋集』권 7



平生交舊盡凋零 (평생교구진조령)   평소의 사귀던 친구들 모두 세상을 떠나

白髮相看影與形 (백발상간영여형)   백발 된 이 몸, 형체와 그림자만 마주 보네.

正是高樓明月夜 (정시고루명월야)   그야말로 달 밝은 밤,높은 누각에 앉았는데

笛聲凄斷不堪聽 (적성처단불감청)   처절한 피리 소리 차마 듣기 어려워라.


李荇 (1478~1534)

- 「팔월심팔야」는 이행이 43세 되던 해에 쓴 시다.시에 비장한 기운이 감도는 걸로

   보아선, 절친한 친구였던 읍취헌(挹翠軒) 박은(朴誾,1479~1504)을 떠올리지 않았

   을까 짐작한다.

- 박은은 연산군 대에 벌어진 甲子士禍에 연루되어 26세의 젊은 나이에 사형을 당했다.

   이행 역시 이때 박은과 연결된 사람으로 지목당해 고문을 당한 뒤 노비신분으로 떨어

   졌다.


작품해설

- 친구는 사형당하고 자신은 유배지에서 양을 치며 온갖 고초를 겪었다. 이 시를 쓸 때

   이행은 왕자나 왕손의 胎를 묻은 장소를 찾기 위해 파견하는 임시 관원인 證考使가

   되어 영호남을 순회하고 있었다. 자신은 복권되어 살아남았지만, 친구들은 모두 비명

   횡사했으니 비감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 '백발 된 이 몸, 형체와 그림자만 마주 보네.' : 홀로 남은 자의 고독감이 짙게 배어

   있는 구절이다.

- '그야말로 달 밝은 밤, 높은 누각에 앉았는데' : '밝은 달'과 '높은 누각'은 혼자 남은

   이행의 처지와 심정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시어다.

- 이행의 혼자 남은 외로움은 끝내 '처절함'으로 옮아간다. 달 밝은 밤에 들리는 피리

   소리는 그야말로 '운치 있어야' 하는 것인데 제 명에 못 살고 죽은 친구들을 떠올려

   보니 슬프기 짝이 없다.

- 한시 비평에 탁월했던 허균(許筠,1569~1618)은 그의 저작 성수시화(惺叟詩話)」

   에서 이 작품을 이렇게 평가했다.

 

   "내가 평소에 즐겨 읊던 절구 한 수다. (…) 감개가 무량하여 이를 읽노라면 가슴이

    메어진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親·四

  왕의 서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