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 꺾다가 - 도연명
<飮酒20首(5)>
採菊東籬下 (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 아래서 꾹화 꺾다가
悠然見南山 (유연견남산) 한가로이 남산을 바라보노라.
山氣日夕佳 (산기일석가) 아침 저녁으로 산 기운 아름다워
飛鳥相與還 (비조상여환) 새들은 날다가 함께 돌아오네.
此中有眞意 (차중유진의) 이 속에 참 뜻이 들어 있으나
欲辯已忘言 (욕변이망언) 밝혀보자 하니 벌써 말을 잊었네.
陶淵明 (365~427)
- 晉나라 시인
작품해설
- 이 시는 도연명(이름은 잠, 濳, 字가 연명)의 「滄浪」20수 가운데 다섯 번째로서,
10구절 가운데 뒷부분 6구절을 취한 것이다.
- 속박 받는 데 싫증을 내어 현령이라는 지방수령 벼슬을 내던지고 고향으로 돌아가
은둔하면서 지었던 글로 『歸去來辭』가 많은 사람의 가슴을 저리게 해왔다.
- 이 시의 첫째 구절은 자기 집 울타리 안이고 둘째 구절은 자기 집 마당에서 바라보이는
남산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자기 집 울타리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다. 바라보는 시선도
앞산을 넘어가지 않는다. 이 그림에는 산 너머에 있는 세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 도연명이 제시한'안에 머무는' 길은 밖에서 낙오하ㅗ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치료해 주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는 세상을 향해 나가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이
아니라,'안에 머무는' 가운데서도 기쁨과 충족이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 이 시에서는울타리까지 나가서 좋아하는국화를꺾어다 책상머리에 올려두려고 방으로
가져오고 이쓸 뿐 바깥으로 향한 시선도 앞산을 넘지 않으며 철저히 절제되고 있다.
그만큼 밖으로 향한 관심은 안으로 돌려질 수밖에 없다.
- 아침이면 산골짜기에 안개가 피어오르고, 저녁이면 산등성이에 구름이 빗겨 걸려서
석양을 받고 있는 산의 경치가 아름다움에 깊은 애정을 기울이고 있다.
- 사방으로 자유롭게날아다니는 새들도 날이 저물면 떼를 지어 숲으로 돌아와 쉬는
휴식의 포근하고 편안함을 열어 보여준다. '밖으로나갔다가' 지치고 상처받은 사람들
에게 '안에머무는' 세상이얼마나 아름답고 편안한지 부드럽게 일깨워주고 있는 게
아닌가?
- 결론으로 '밖으로 나가는' 인간과 어울리고 부딪치는 인간의 세계와 대조되는 또 하나의
세계, 곧 인간을 피해자연과어울리고 그 속에 안기는 자연의 세계를 제시하면서,
이 자연의 세계에 '참 뜻'이 있음을 제시해준다.
- 싸워서 얻는 삶과 대조되는 또 하나의 삶으로서,자신을 맡기고 그 속에서 쉬는 삶의
'참 뜻'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랴.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중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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