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연암에서 죽은 형을 추억하며 - 박지원

花雲(화운) 2018. 1. 24. 17:54


연암에서 죽은 형을 추억하며- 박지원

燕岩憶先兄 (연암억선형) 『燕巖集』권 4



我兄顔髮曾誰似 (아형안발증수사)   우리 형 얼굴 수염 누구를 닮았던가.

每憶先君看我兄 (매억선군간아형)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날 때마다 우리 형 쳐다봤지.

今日思兄何處見 (금일사형하처견)   이제 형 그리우면 어디에서 봐야 하나.

自將巾袂映溪行 (자장건몌영계핼)   두건이랑 도포랑 갖추고 가서 냇물에 비친 나를

                                                   봐야겠다.


朴趾源 (1737~1805)

- 조선 후기의 대문장가 연암 박지원 『熱河日記』를 썼을 뿐 아니라 「마장전(馬駔傳)」,

  「양반전」 등의 전기와 재치 넘치는 小品(짧은 수필)도 많이 남겨 놓았다.

- 시보다는 문장에 능한 사람이라 할 수 있지만, 이처럼 한시 방면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 현재 42수가 남아있는데, 친구들과 금강산을 유람하고 지은 「총석정관일출

   (叢石亭觀日出」이라는 시가 명작으로 곱힌다.

- 박지원의 형인 박희원(朴喜源)은 58세에 죽었다. 박지원보다 7살이 많았으며, 하나

   밖에 없는 형이었다. 박지원은 31세 때 아버지를 잃은 후 20년 동안 형을 의지하며

   살았다.


작품해설

-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 날 적마다 우리 형 쳐다봤지.' : 박지원이 형을 아버지처럼

   여기며 의지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 일곱 글자에 20년의 세월과

   아버지와 형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응축되어 있다.

- 형이 죽던 해(1787) 1월에 부인을 잃었고, 7월에 형을 잃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며느리까지 잃었다. 설상가상 혼자 남았다. 사진이 의지하던 사람들 모두 세상을

   떴으니 이젠 누글를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가.

- '두건이랑 도포랑 갖추고 가서 냇물에 비친 나를 봐야겠다.' ' 둘이 닮았으므로 자신을

   보면서 죽은 형을 기억해 낸다. 형을 만나기 위해 주섬주삼 옷을 차려입고 시냇가로

   향하는 박지원의 걸음걸이를 상상해 본다. 살아있는 사람은 이렇게라도 죽은 이를

   기억해 내며 세상을 살아간다.

- 이 작품은 슬픔을 절제했기 때뭉에 읽는 사람에게 더욱 감동을 준다. 마지막 구절은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死·四

  왕의 서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