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동쪽 정원에서 - 심노승

花雲(화운) 2018. 1. 25. 10:33


동쪽 정원에서- 심노승

<東園 >



前年我行西出關 (전년아행서출관)   지난 해 나는 관서로 나가

三月湖山千里遊 (삼월호산천리유)    석 달 동안 간산 천 리를 유람했소.

歸來君病艾亦老 (귀래군병애역노)   돌아와 보니 당신은 병들었고 쑥도 시들어 있었지.

泣道行期何遲留 (읍도행기하지류)   당신이 울며 했던 말. "여행길이 왜 그리 더디셨나요.

時物如流不待人 (시물여류부대인)   철 따라 나는 물건은 흐르는 물 같아서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고

人生其間如蜉蝣 (인생기간여부유)   사람의 삶도 그 사이에선 하루살이 같지요.

我死明年艾復生 (아사명년애부생)   나는 죽지만 쑥은 내년에 다시 돋을 테니

見艾子能念我不 (견애자능념아부)   당신, 그 쑥을 보며 나를 떠올리지 않을래요?"

今日偶從弟婦食 (금일우종제부식)   오늘 우연히 제수싸가 밥을 차려주었는데

盤中柔芽忽硬喉 (반중유아홀경후)   소반에 담긴 어린 싹을 보니 문득 목이 메어

當時爲我採艾人 (당시위아채애인)   그때 날 위해 쑥을 뜯던 사람

面上艾生土一坯 (면상애생토일배)   한 줌 흙 덮인 얼굴 위로 쑥은 돋아났는데…


沈魯崇 (1762~1837)

- 조선의 문인.

- 서른한 살 되던해(1792년) 5월에 네살배기 셋째 딸을 잃고 그 후 한달이 채 못 되어

  아내를 잃었다.

- 심노승은 아내 사랑이 남달라서 아내와 관련된 시 26제, 산문 23편을 남겨 놓았다.

- 우리나라 문인 중에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이다.


작품해설

-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를 '도망시(悼亡詩)'라고 부르는데, 원래 이 말은 죽은

   사람 모두를 애도하는 시를 가리키던 것이다. 리러던 것이 중국 진(晉)나라 때의 문인

   반악(潘岳, 247~300)이 '도망'이라는 제목을 달고 죽은 아내를 애도하는 를 쓴 이후,

   '도망시'의 주인공은 아내가 되었다.

- 심노승은 아내를 떠나보내고 1년 뒤세 이 시를 썼다. 위에 인용한 시는 「東園」의

   뒷부분이다.

- 이 시의 제목 '동쪽의 정원'은 심노승이 죽은 아내의 무덤 근처에 가꾸어 놓은 작은

   정원을 가리킨다.

- 이 작품에서 '쑥'은 아내를 연상시키는 소재로 등장한다. 생략된 앞부분에는 아내와

   어린 딸이 쑥을 뜯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와 지금을 대비

   시켜 지금의 슬픔을 더욱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 쑥은 아내가 죽기 전이나 죽은 후나 변하지 않고 철마다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심노승 자신도 아내를 잃은 슬픔이 여전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것이다

- 이처럼 쑥은 죽은 아내를 산 사람처럼 느끼게 해 주면서 동시에 아내의 부재를 부각

   시키는 소재로 사용되었다.

 - "당신, 그 쑥을 보며 나를 떠올리지 않을래요?" 한 구와 마지만 두 구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 심노승의 아내 사람은 평생토록 지속되었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24년 뒤, 55세

   (1816년)에 쓴 祭文의 일부를 읽어본다.


  "우리 딸이 아들을 낳아 어느덧 청각 머리 할 정도가 되었소. 그 어미가 우리 집안의

   옛일을 얘기해 주고, 손주는 곁에서 들으며 웃고 즐거워하니 슬픈 중에도 기뻐할

   만하고, 살아 있다는 게 죽은 것보다 낫다고 느낄 때도 있소. 이제 부임지로 떠나면

   오랜 시간 당신 무덤을 비워둬야 하니 회포를 금치 못하겠소. 간단히 고하니 살펴

   주시오"                       

  「告亡室墓文」, 중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死·五

  왕의 서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