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정원에서- 심노승
<東園 >
前年我行西出關 (전년아행서출관) 지난 해 나는 관서로 나가
三月湖山千里遊 (삼월호산천리유) 석 달 동안 간산 천 리를 유람했소.
歸來君病艾亦老 (귀래군병애역노) 돌아와 보니 당신은 병들었고 쑥도 시들어 있었지.
泣道行期何遲留 (읍도행기하지류) 당신이 울며 했던 말. "여행길이 왜 그리 더디셨나요.
時物如流不待人 (시물여류부대인) 철 따라 나는 물건은 흐르는 물 같아서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고
人生其間如蜉蝣 (인생기간여부유) 사람의 삶도 그 사이에선 하루살이 같지요.
我死明年艾復生 (아사명년애부생) 나는 죽지만 쑥은 내년에 다시 돋을 테니
見艾子能念我不 (견애자능념아부) 당신, 그 쑥을 보며 나를 떠올리지 않을래요?"
今日偶從弟婦食 (금일우종제부식) 오늘 우연히 제수싸가 밥을 차려주었는데
盤中柔芽忽硬喉 (반중유아홀경후) 소반에 담긴 어린 싹을 보니 문득 목이 메어
當時爲我採艾人 (당시위아채애인) 그때 날 위해 쑥을 뜯던 사람
面上艾生土一坯 (면상애생토일배) 한 줌 흙 덮인 얼굴 위로 쑥은 돋아났는데…
沈魯崇 (1762~1837)
- 조선의 문인.
- 서른한 살 되던해(1792년) 5월에 네살배기 셋째 딸을 잃고 그 후 한달이 채 못 되어
아내를 잃었다.
- 심노승은 아내 사랑이 남달라서 아내와 관련된 시 26제, 산문 23편을 남겨 놓았다.
- 우리나라 문인 중에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이다.
작품해설
-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를 '도망시(悼亡詩)'라고 부르는데, 원래 이 말은 죽은
사람 모두를 애도하는 시를 가리키던 것이다. 리러던 것이 중국 진(晉)나라 때의 문인
반악(潘岳, 247~300)이 '도망'이라는 제목을 달고 죽은 아내를 애도하는 를 쓴 이후,
'도망시'의 주인공은 아내가 되었다.
- 심노승은 아내를 떠나보내고 1년 뒤세 이 시를 썼다. 위에 인용한 시는 「東園」의
뒷부분이다.
- 이 시의 제목 '동쪽의 정원'은 심노승이 죽은 아내의 무덤 근처에 가꾸어 놓은 작은
정원을 가리킨다.
- 이 작품에서 '쑥'은 아내를 연상시키는 소재로 등장한다. 생략된 앞부분에는 아내와
어린 딸이 쑥을 뜯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와 지금을 대비
시켜 지금의 슬픔을 더욱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 쑥은 아내가 죽기 전이나 죽은 후나 변하지 않고 철마다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심노승 자신도 아내를 잃은 슬픔이 여전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것이다
- 이처럼 쑥은 죽은 아내를 산 사람처럼 느끼게 해 주면서 동시에 아내의 부재를 부각
시키는 소재로 사용되었다.
- "당신, 그 쑥을 보며 나를 떠올리지 않을래요?" 한 구와 마지만 두 구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 심노승의 아내 사람은 평생토록 지속되었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24년 뒤, 55세
(1816년)에 쓴 祭文의 일부를 읽어본다.
"우리 딸이 아들을 낳아 어느덧 청각 머리 할 정도가 되었소. 그 어미가 우리 집안의
옛일을 얘기해 주고, 손주는 곁에서 들으며 웃고 즐거워하니 슬픈 중에도 기뻐할
만하고, 살아 있다는 게 죽은 것보다 낫다고 느낄 때도 있소. 이제 부임지로 떠나면
오랜 시간 당신 무덤을 비워둬야 하니 회포를 금치 못하겠소. 간단히 고하니 살펴
주시오"
「告亡室墓文」, 중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死·五
왕의 서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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