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만시- 노수신
自挽 (자만) 『소재집』권 2
塵世紛紛成古今 (진세분분성고금) 어지러웠던 세상살이 옛일 되었고
齊名李杜亦奇男 (제명이두역기남) 이응. 두밀과 이름 나란히 했으니 나 역시 멋진 사내.
其冠매我望望去 (기관매아망망거) 갓 비뚤어진 사람 보면 내가 더러워진 것처럼 여겨
서둘러 떠났고
所事逢人歷歷談 (소사봉인역력담) 사람을 만났을 땐 일삼는 것 뚜렷하게 말했다.
一臥海中神自守 (일와해중신자수) 한 번 바닷속에 누워정신을 스스로 지켰고
獨行天外影無慙 (독행천외영무참) 혼자 하늘 밖을 걸어감에 그림자한테도 부끄러움이
없다.
賈生能哭吾能笑 (가생능곡오능소) 가의는 울었지만 난 웃을 수있더
俱享行年三十三 (구향행년삼십삼) 둘이 함께 33년을 누렸구나.
盧守愼 (1515~1590)
- 16세기에 살았던 조선의 선비. 字는 소재(穌齋)이다.
- 30세까지는 탄탄대로를 걸었으나 31세가 되던 1545년에 조선의 4대 사화 중 하나
인 '乙巳士禍'에 연루되어 파직되었다.
- 2년 뒤 1547년에는 윤원형이 윤임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일으킨 '良才驛璧書事件'
에연루되어 진도로 유배를 가서 19년이라는 긴 세월을 유배지에서 살아야 했다.
- 그러다가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고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노수신은 자신하나테
죽음이 닥쳐오고 있음을 느꼈다.
작품해설
- 이 작품은 노수신이 33세 때 썼다.
- 제목에 보이는 '挽'은 '끌다, 당기다'는 뜻이다. 상여를 끌고 간다는 말이다. 한시
에서는 이런 형태의 작품을 '挽詩', '輓詩'하고 부른다.
- 보통 남의 죽음을 슬퍼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끔 노수신처럼 '나에게 쓰는
만시'를 지은 작가도 있다. 시의 형식을 빌려 쓰는 유서인 셈니다. 이런 '自挽'류의
작품은 중국 동진 시대의 유명한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처음으로 썼다고 한다.
- 이응(李膺)과 두밀(杜密)은 중국 후한 시대 사람으로 모두 내시들에게 탄압을 받았던
선비들인데 끝까지 그들에게 굴복하지 않았다.
- 노수신은 이들의 이름을 빌려 자신은 억울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
냈다.
- 노수신은 강직한 사람으로 스스로 치신도 바르게 할 뿐만 아니라. 올바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기도 더러워질까봐 그 자리를 떠 버리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겨우 상대의 갓이 약간 비뚤어진 것뿐인데 그걸 봅고 '저 사람은 바르지 않다'
고 단정짓는다. 거기에 누구를만나든 자기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 '한 번 바닷속에 누워정신을 스스로 지켰다.' : 진도라는 섬에 유배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함과 동시에 그럼에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혼자 하늘 밖을 걸어감에 그림자한테도 부끄러움 없다.' : 그만큼 자신은 결백하게
살아왔다는 강한 자부심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 마지막에 등장하는 가의(賈誼)는 중국 전한시대의 인물이다. 글을 잘했고, 정치력도
뛰어난 인재였지만, 대신들의 모함을 받아 좌천된 후 33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 우연하게 노수신도 33세에 유배를 가게 되었고 둘의 신세가비슷하다. 가의는 좌천된
후 황제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다 죽었다. 그러나 노수신은 '가의는
울었지만 난 웃을 수 있다.'고 하며 오히려 더욱 의지를 다진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게 되지만, 이런 정신이 19년을 버티게 해준 힘이었다고 하겠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死·三
왕의 서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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