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죽은 딸 아이를 꿈에서 만나고 - 최립

花雲(화운) 2018. 1. 23. 16:46


죽은 딸 아이를 꿈에서 만나고- 최립

夢殤女 (몽상녀) 『簡易集,간이집』권 6


1.

歲除前曉夢殤兒 (세제전효몽상아)   세밑 전 새벽 꿈에 나타난 죽은 딸이

五歲生今二歲離 (오세생금이세리)   다섯 살까지 살다가 세상 떠난 지 2년 

學語嬉遊惟悅孝 (학어희유유열효)   말 배우고 즐거이 놀 때 얼마나 기뻤던지

尋書念說不勤師 (심서념설불근사)   가르치지 않았어도 서책 보며 중얼중얼

從知善惡由天得 (종지선악유천득)   선악은 타고난다는 걸 알겠는데

熟管賢憂入地爲 (숙관현우입지위)   현명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의 죽음은 누가

                                                관장하는가.

眉目分明俄已去 (미목분명아이거)   뚜렷한 얼굴 모습, 잠깐 새 떠나버려

龍鐘枕上淚乾遲 (용종침상누건지)   늙은 아비 베갯머리 눈물이 더디 말라.


2.

人情鐘愛晩生兒 (인정종애만생아)   늦게 낳은 아이라 지극히 사랑하여

避窛舟中膝不離 (피구주중슬불이)   피난 가는 배 안에서 곁을 떠나지 못하게 했지

提挈擬將隨尹府 (제설의장수윤부)   府尹으로 부임할 때 데리고 갈까 생각하다가

語言翻已下巫師 (어언번이하무사)   말을 꺼내자마자 어느개 巫陽이 내려와 버렸다.

埋香慘絶他鄕奇 (매향참절타향기)   고운 너 타향에 묻고 몹시 슬퍼했는데

入夢依然昔日爲 (입몽의연석일위)   예전 같은 모습으로 꿈속에 나타나 주었구나.

及我江干知汝意 (급아강간지여의)   내 강가에 와보니 네 생각 알 것 같아

江西千里得通遲 (강서천리득통지)   강 서쪽 천 히 밖에선 왕래가 더뎌서 그랬단 걸.


崔岦 (1539~1612)

- 조선 중기의 문인. 간이(簡易) 최립은 선조말기의 뛰어난 문장가였다.

- 개성 사람이었는데 시에서의 五山 차천로(車天輅), 石峯 한호(韓濩)와 함께 松都三絶로

   일컬어졌다.

- 시보다는 문장에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옛사람들은 시와 문장 모두에

   능했으므로 우열을 가리기가 무척 어렵다.


작품해설

- 어린 나이에 죽은 딸을 꿈에서 보고 난 후에 지은 시다.

- 아이의 죽음을 비교적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행간에 짙은 슬픔이 배어 있다.

- 어린아이라면 비슷한 나이에 말을 배우고 아빠 옆에서 재롱을 떤다. 아빠의 책을 뒤적

   거리며 혼자서 중얼중얼거린다.

- 슬픔도 슬픔이지만, 먼저 원망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이렇게 착한 아이를 세상에 태어

   나게 했으면서 데리고 갈 때는 왜 나쁜 사람만 데리고 가지 않는가.

- 하늘이 무심하다는 건 알았지만, 그 무심함이 나한테 적용되니 원망하는 마음을 가누기

   어렵다.

- 설상가상 꿈속에서 나타난 아이는 한 번 안아볼 사이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꿈에서

   깨버린 아빠는 딸의 귀엽고 예쁜 모습이 새삼 떠오르자 소리 없이 눈물짓는다.

   꿈이라서 더 슬프다.

- 늘그막에 얻은 귀염둥이라서 더 애처로워 보이는게 인지상정이다. 한순간도 곁을

   떠나지 못하게 했었는데 야속하게도 하늘이 이 아이를 데려가 버렸다.

- 두 번째 수의 4구에 등장하는 巫陽은 여성 무당인데 상제의 명을 받고 혼백을 주관

   한다고 한다. 일종의 저승사자인 셈이다.

- 무심한 무양은 아빠와 딸이 작별인사를 나눌 시간도 주지 않고 둘을 갈라놓았다.

   갑작스럽게 죽은 아이를 아빠는 몹시 슬퍼하면서 묻었다. 이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 슬펐다.

-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알았을까. 아이는 못다한 작별인사를 하러 아빠를 찾아온 것인가.

- 아따는 꿈에서 깨어 강 앞에 섰다. 강 건너편 멀리 떨어진 어느 곳에 사랑하는 딸이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빠고 딸도 그 강을 건널 수 없다.

- 그제야 아빠는 딸이 왜 꿈속으로 들어왔는지 알아차린다. 그 먼거리를 걸을 수 없고,

   강을 건널 수도 없기에 아빠의 꿈속으로 날아온 것이다.

- 딸은 생전의 모습 그대로를 아빠에게 보여준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아빠, 나는 저

   세상에서 이렇게 그대로 있어.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 '강 서쪽 천리 밖에서

   왕래가 더뎌서 그랬단 걸', 두 번째 수의 마지막 7, 8구는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死·一

  왕의 서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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