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딸 아이를 꿈에서 만나고- 최립
夢殤女 (몽상녀) 『簡易集,간이집』권 6
1.
歲除前曉夢殤兒 (세제전효몽상아) 세밑 전 새벽 꿈에 나타난 죽은 딸이
五歲生今二歲離 (오세생금이세리) 다섯 살까지 살다가 세상 떠난 지 2년
學語嬉遊惟悅孝 (학어희유유열효) 말 배우고 즐거이 놀 때 얼마나 기뻤던지
尋書念說不勤師 (심서념설불근사) 가르치지 않았어도 서책 보며 중얼중얼
從知善惡由天得 (종지선악유천득) 선악은 타고난다는 걸 알겠는데
熟管賢憂入地爲 (숙관현우입지위) 현명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의 죽음은 누가
관장하는가.
眉目分明俄已去 (미목분명아이거) 뚜렷한 얼굴 모습, 잠깐 새 떠나버려
龍鐘枕上淚乾遲 (용종침상누건지) 늙은 아비 베갯머리 눈물이 더디 말라.
2.
人情鐘愛晩生兒 (인정종애만생아) 늦게 낳은 아이라 지극히 사랑하여
避窛舟中膝不離 (피구주중슬불이) 피난 가는 배 안에서 곁을 떠나지 못하게 했지
提挈擬將隨尹府 (제설의장수윤부) 府尹으로 부임할 때 데리고 갈까 생각하다가
語言翻已下巫師 (어언번이하무사) 말을 꺼내자마자 어느개 巫陽이 내려와 버렸다.
埋香慘絶他鄕奇 (매향참절타향기) 고운 너 타향에 묻고 몹시 슬퍼했는데
入夢依然昔日爲 (입몽의연석일위) 예전 같은 모습으로 꿈속에 나타나 주었구나.
及我江干知汝意 (급아강간지여의) 내 강가에 와보니 네 생각 알 것 같아
江西千里得通遲 (강서천리득통지) 강 서쪽 천 히 밖에선 왕래가 더뎌서 그랬단 걸.
崔岦 (1539~1612)
- 조선 중기의 문인. 간이(簡易) 최립은 선조말기의 뛰어난 문장가였다.
- 개성 사람이었는데 시에서의 五山 차천로(車天輅), 石峯 한호(韓濩)와 함께 松都三絶로
일컬어졌다.
- 시보다는 문장에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옛사람들은 시와 문장 모두에
능했으므로 우열을 가리기가 무척 어렵다.
작품해설
- 어린 나이에 죽은 딸을 꿈에서 보고 난 후에 지은 시다.
- 아이의 죽음을 비교적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행간에 짙은 슬픔이 배어 있다.
- 어린아이라면 비슷한 나이에 말을 배우고 아빠 옆에서 재롱을 떤다. 아빠의 책을 뒤적
거리며 혼자서 중얼중얼거린다.
- 슬픔도 슬픔이지만, 먼저 원망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이렇게 착한 아이를 세상에 태어
나게 했으면서 데리고 갈 때는 왜 나쁜 사람만 데리고 가지 않는가.
- 하늘이 무심하다는 건 알았지만, 그 무심함이 나한테 적용되니 원망하는 마음을 가누기
어렵다.
- 설상가상 꿈속에서 나타난 아이는 한 번 안아볼 사이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꿈에서
깨버린 아빠는 딸의 귀엽고 예쁜 모습이 새삼 떠오르자 소리 없이 눈물짓는다.
꿈이라서 더 슬프다.
- 늘그막에 얻은 귀염둥이라서 더 애처로워 보이는게 인지상정이다. 한순간도 곁을
떠나지 못하게 했었는데 야속하게도 하늘이 이 아이를 데려가 버렸다.
- 두 번째 수의 4구에 등장하는 巫陽은 여성 무당인데 상제의 명을 받고 혼백을 주관
한다고 한다. 일종의 저승사자인 셈이다.
- 무심한 무양은 아빠와 딸이 작별인사를 나눌 시간도 주지 않고 둘을 갈라놓았다.
갑작스럽게 죽은 아이를 아빠는 몹시 슬퍼하면서 묻었다. 이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 슬펐다.
-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알았을까. 아이는 못다한 작별인사를 하러 아빠를 찾아온 것인가.
- 아따는 꿈에서 깨어 강 앞에 섰다. 강 건너편 멀리 떨어진 어느 곳에 사랑하는 딸이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빠고 딸도 그 강을 건널 수 없다.
- 그제야 아빠는 딸이 왜 꿈속으로 들어왔는지 알아차린다. 그 먼거리를 걸을 수 없고,
강을 건널 수도 없기에 아빠의 꿈속으로 날아온 것이다.
- 딸은 생전의 모습 그대로를 아빠에게 보여준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아빠, 나는 저
세상에서 이렇게 그대로 있어.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 '강 서쪽 천리 밖에서
왕래가 더뎌서 그랬단 걸', 두 번째 수의 마지막 7, 8구는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死·一
왕의 서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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