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어 풍자하다- 이하
感風<감풍> 『全唐詩』권 391
南山何其悲 (남산하기비) 남산은 왜이다지도슬픈가.
鬼雨灑空草 (귀우쇄공초) 빈 풀밭에 흩뿌리는 음산한 비
長安夜半秋 (장안야반추) 깊은 밤 가을날의 장안
風前幾人老 (풍전기인노) 바람 앞에 몇 사람이나 늙어 가는가.
低迷黃昏徑 (저미황혼경) 흐릿한 황혼의 길
䮍䮍靑櫟道 (뇨뇨청력도) 푸른 상수리 한들거리는 길
月午樹無影 (월오수무영) 중천에 달 뜨자 나무 그림자 없고
一山唯白曉 (일산유백효) 온 산엔 오직 하얀 새벽빛뿐
漆炬迎新人 (칠거영신인) 도깨비불은 새 사람을 맞이하고
幽壙螢擾擾 (유광형요요) 깊은 무덤 속엔 반딧불 어지럽다.
李賀 (791~817)
- 당나라 시인. 27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시인이다.
- 송나라의 전이(錢易)라는 사람은 그의 책 『南部新書』에서 '이백은 天才, 백거이는
人才, 이하는 鬼才'라고 평하기도 했다. 젊은 나이에 죽었지만 이하의 작품이 많은
시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말이다.
- 특히 당나라의 유명한 문장가 한유는 이하의 재능을 알아보고 문학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 이하는 240편의 시를 남겼다. 이 작품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하의 작품은
대체로 우울하고 어둡다.
작품해설
- 망자는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비를 맞으며 텅 빈 풀밭을 지나 영원한 이별의 길을
가는 중이다.
- 음산한 비를 뜻하는 '鬼雨', 무상함을 므끼게 해주는 '빈 풀밭(空草)', 무서움과 외로움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夜半' 따위의 시어는 죽음을 훌륭하게 포장하고 있다.
- 시인은 이 죽음의 행렬을 보면서 슬픔과 삶의 덧없음을 체감한다. '바람 앞에선 몇
사람이나 늙어 가는가'란 물음은 자문이면서 독자에게 삶의 의미를 반추하게 하는
물음이기도 하다.
-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집인 무덤으로 가는 길, 젓 세상으로 통하는 길, 한들거리는 푸른
상수리나무와 중천에 뜬 달이 가는 길을 안내해 준다.
- 한밤중이라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야 할 텐데 중천에 뜬 달이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 준다. 푸른 색과 흰색이 뵤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 밝은 빛을 보는데도 더욱 우울해지고 그 빛을 뚫고 도착한 무덤에는 鬼火가 어지러이
날린다.
- '漆炬(칠거)'는 '귀화' 곧 '도깨비불'을 뜻한다.
- '新人' : 죽은 사람을 두고 '새로운 사람'이라니 주목할 표현이다. 이 세상에서는 늙은
사람이지만, 저 세상에선 금방 죽어서 온 사람이 새로운 사람이니 그렇다.
- 이 작품의 분위기는 왠지 처량하고 음산하며 약간의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이
기운을 우선 '鬼氣'라고 한다면 이런 시를 쓴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인가.
- 27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시인 李賀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死·二
왕의 서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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