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6

겨울로 가는 길

花雲(화운) 2015. 11. 9. 17:58

겨울로 가는 길

 

 

소슬바람이 말간 허공을 흔들고 가면

덩달아 나뭇잎도 너울너울 따라간다

 

어디로 갈까

갈 곳을 정하지도 않아

마당 한구석 숨어들기도 하고

들판 아랫녘으로 굴러가서

밭고랑 사이에 처박히기도 한다

마른 잎은 가벼워서 잘도 가는데

젖은 잎은 멀리 가지도 못하고 돌 밑에 끼어

어쩌면 거기서 내내 떨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황량한 들에 널브러지고

침침한 구석에 몰려

그렇게 차가움을 뒤집어쓰고 누운 가랑잎들

 

먼저 온 잎 위에 포개 얹혀져

간간이 다정한 햇살에 몸을 녹이다가

서로 기댄 채 어둠 속에 묻혀버리면

반짝이는 별들이 눈꽃으로 날아다니는 밤

보고 싶은 얼굴을 다시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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