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가는 길
소슬바람이 말간 허공을 흔들고 가면
덩달아 나뭇잎도 너울너울 따라간다
어디로 갈까
갈 곳을 정하지도 않아
마당 한구석 숨어들기도 하고
들판 아랫녘으로 굴러가서
밭고랑 사이에 처박히기도 한다
마른 잎은 가벼워서 잘도 가는데
젖은 잎은 멀리 가지도 못하고 돌 밑에 끼어
어쩌면 거기서 내내 떨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황량한 들에 널브러지고
침침한 구석에 몰려
그렇게 차가움을 뒤집어쓰고 누운 가랑잎들
먼저 온 잎 위에 포개 얹혀져
간간이 다정한 햇살에 몸을 녹이다가
서로 기댄 채 어둠 속에 묻혀버리면
반짝이는 별들이 눈꽃으로 날아다니는 밤
보고 싶은 얼굴을 다시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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