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6

사마귀의 꿈/<물도 자란다>

花雲(화운) 2015. 11. 18. 10:39

사마귀의 꿈

 

 

그는 아주 멋진 사내가 되고 싶었다

근육질 팔다리에 늘씬하고 육감적인 몸매

부리부리 예리하게 빛나는 눈

명석해 보이는 삼각형 두상에

연둣빛 근사한 날개까지 달고 있었다

 

어여쁜 여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안락한 집에 귀여운 새끼들 다북쑥으로 낳아

멋쟁이 마누라 앞에 어린 것들 총총히 세워

긴 여름날 보란 듯이 활보하고 싶었다

 

얄미우리만치 가느다란 허리에

요염한 눈길을 주는 그녀에게 매혹되어

빗속에서도 진땀나도록 매달리다가

겨우겨우 혼인허락을 받았던 때

 

한목숨 바쳐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던 그날

훗날의 약속 그려볼 겨를도 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후세를 위한

최고의 만찬으로 남김없이 주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훌륭한 사내이고 싶었다

 

 

2015.11.18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

 

'花雲의 詩 > 화운의 詩 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국을 끓여야겠다  (0) 2015.12.10
눈 내리는 날  (0) 2015.12.03
겨울로 가는 길  (0) 2015.11.09
홍단풍(紅丹楓)/<상사화>  (0) 2015.10.29
거슬러오르는 강  (0) 201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