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6

파란 사과/<물도 자란다>

花雲(화운) 2014. 10. 9. 03:50

파란 사과 

 

 

옛날 옛적

지상낙원에 살던 여자는

자비로운 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붉은 사과를 겁도 없이 따먹었다

 

금단의 열매를 먹은 여자의 남자는

죄를 범한 최초의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을 알고

여자를 따라 죽을 생각으로

달콤한 유혹을 성급히 삼켜버렸다

 

신을 거역하여

낙원을 쫓겨나게 된 남과 여

출산의 고통을 겪어야 했으며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수고로

일평생 땀 흘리며 곤고하게 살아야 했다

 

그 붉은 유혹이

인간의 생과 사를 결정짓게 된 사실을

지금도 뼈아프게 기억하고 있는 사과

향기 넘쳐나는 사과밭에서는

차마 붉게 익어가지 못하는 사과가 있었다

 

 

2014.10.09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

 

 

 

 

 

'花雲의 詩 > 화운의 詩 6'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장(挽章)/<물도 자란다>  (0) 2014.11.15
거울  (0) 2014.11.12
철새/<물도 자란다>  (0) 2014.10.04
참사랑/<상사화>  (0) 2014.09.28
절로 피고 절로 지고 #/<물도 자란다>  (0) 2014.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