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사과
옛날 옛적
지상낙원에 살던 여자는
자비로운 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붉은 사과를 겁도 없이 따먹었다
금단의 열매를 먹은 여자의 남자는
죄를 범한 최초의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을 알고
여자를 따라 죽을 생각으로
달콤한 유혹을 성급히 삼켜버렸다
신을 거역하여
낙원을 쫓겨나게 된 남과 여
출산의 고통을 겪어야 했으며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수고로
일평생 땀 흘리며 곤고하게 살아야 했다
그 붉은 유혹이
인간의 생과 사를 결정짓게 된 사실을
지금도 뼈아프게 기억하고 있는 사과
향기 넘쳐나는 사과밭에서는
차마 붉게 익어가지 못하는 사과가 있었다
2014.10.09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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