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挽章)
해묵은 감나무 가지 끝에
갈기갈기 찢겨진 홍시가
초겨울 메마른 바람에 떨고 있다
홍조로 터질 것 같았던 미소는
무서리에 쫓겨 떠나버린 지 오래
누구의 울음인지
끈적끈적 흘러내린 오열이
풀 먹은 창호지처럼 굳어져간다
초롱초롱 보석 같았던
결실들은 어디로 갔는지
차곡차곡 꿈꾸는 대로 피어나던
잎새들은 이미 땅에 누워 있고
일찍이 둥지를 떠났던
새들만이 돌아와 조문을 하는데
남은 살점, 몇 점
살아있는 그들에게 마저 주려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에
붉은 깃발로 나부끼고 있다
2014.11.15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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