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몽
1980년 8월 14일
만삭이 된 첫아이
분만예정일은 7월 24일인데
예정일을 앞두고 산통(産痛)을 기다리며
찌는 더위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오질 않으니
하루하루 지나는 날이 초조하기만하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의료진들은
알몸의 배불뚝이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았다
겁에 질린 채 정신은 혼미해졌고
얼마가 지났는지
깊은 잠에서 미처 깨어나기도 전
꿈결인 듯 아득하게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차츰 정신이 들면서 지독한 통증과 함께
임신했을 때쯤 꾸었던 기이한 태몽이 떠올랐다
고향집 안마당 감나무에
주렁주렁 붉은 감이 익어가는 가을날
그 중 유난히 크고 탐스러운 감이 있기에
할머니와 긴 장대를 흔들어 그 놈을 땄다
너른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자르려 하니
칼을 대자마자 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푸른 지느러미 펄떡거리는 큰 물고기 한 마리
놓칠세라 두 팔로 껴안고 씨름하다 잠을 깼는데...
이 녀석!
제 꿈 값 하느라 그리 애를 태우더니
그예 어미 배를 가르고서야 세상에 나왔구나!
2012.09.19
시집 <엄마는 어땠어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