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절벽 / 이상

花雲(화운) 2011. 12. 29. 08:45

 

절벽 / 이상 [1910 ~ 1937 서울]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거기묘혈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재차거기묘혈을판다.

묘혈은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향기롭다.

보이지도않는꽃이-보이지도않는꽃이.

 

 

[조선일보 1936-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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