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있는 것
나의 생명은 내 것 아닌
이 세상의 생명이요
이 세상에 있는 것 또한
내 것 아닌 모두의 것
풀의 몸으로 돋아나는 새싹
향기로운 미소로 피어나는 꽃들
풍성하게 열매 맺는 과실
천지를 밝혀주는 눈부신 태양
서산마루 금빛으로 물들이는 시간
바위틈에 솟아나 바다로 향하는 샘물
때에 따라 대지를 적셔주는 비
사방으로 불어주는 신선한 바람
이 땅이 평안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고
나눌 것을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것은
어느 것도 소유하고 주장할 것이
아무에게도 없음을 알게 하려 함이니
오늘 하루 값없이 주어지는 순간들은
하늘의 자비로운 축복이요
땅에 내리는 평화임을 귀하게 여기고
힘써 가꾸어 지키게 하려 함이라
2011.10.01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