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법칙
가을이기엔 때 이른 늦여름
녹음이 사위어 들기도 전인데
뚝, 뚝 떨어지는 어린 열매들
아직 여물지도 못한 채
무더기로 떨어져간다
도토리 살 속에 알을 놓는 벌레
보일 듯 말 듯 작은 몸으로
싱싱하고 푸른 곳간에 구멍을 뚫어
깨알보다 작은 분신 하나 슬어놓고
그 가지 끊어 땅에 떨어뜨린다
한쪽에선 사정없이 잘려 나가고
한쪽에선 얼마나 살아남을지도 모르면서
끈기 있는 수고로 한 생을 바치는데
또 다른 생명 살리기 위해
힘써 길러낸 목숨
값없이 얻어가고 따지지 않고 내주면서
알게 모르게 순종하는 미덕을
숭고한 자연의 법칙이라 정의하고 있다
2011.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