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詩 창작론

1행시에 관하여/임보

花雲(화운) 2011. 8. 21. 10:29

1행시에 관하여/ 임보 시인

 

  시는 짧은 글이다. 물론 장시나 서사시와 같은 긴 분량의 시도 없는 바는 아니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이고, 원래 시는 압축과 간결을 지향하는 글이므로 짧음이 그 특성의 하나이다. 그래서 산문형식의 시도 있기는 하지만 시는 대개 분행을 해서 간결하게 배열한다. 원래 정형시의 분행은 운율의 구조와 무관하지 않지만 현대 자유시에서는 행의 분할이 의미, 이미지, 시각적 효과 등을 고려해서 자유스럽게 행해진다.

  따라서 행의 길이도 들쭉날쭉하다. 어떤 것은 수십 어절의 장행시가 있는가 하면 한 어절 혹은 한 음절이 한 행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그 동안 한국 현대시에서도 짧은 시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다. 단형시의 보편적 구조는 네 마디(곧 4행시)가 주도를 해 왔다.

  그러나 3행시, 2행시, 1행시 등 다양한 작품들이 없었던 바 아니었다. 박희진은 1행시집을 간행한 바 있고, 성찬경은 1자시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범대순은 ‘백지시’라는 극단적인 실험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실험적인 시들과 더불어 정성수(丁成秀)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의 출현은 ‘단형시’를 논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시사적 의미를 갖게 된다. 더욱이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비음절시(부호시)’ 는 시단의 관심을 요하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짧은 시 형식 안에 담겨있는 ‘광활한 우주적 시상’도 주목할 만한 논의의 대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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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1행시 2권 17자 시 (일본 하이꾸) 「160」 비에 젖은 솔아 너도 눈물 솟는가 솔잎 끝 이슬

1행시 「2」 나무엔 꽃이 피는, 눈엔 눈물이 솟는 소리

1행시 「60」 백 가지 풀이 저마다 부처님 냄세를 뿜고 있다


<복효근> 「언뜻 신을 보다」 이 도토리 한 알이 저 참나무 숲의 자궁이었다니

<고은> 「별똥」 옳거니, 네가 나를 알아보누나!

<정성수> 「저 사막위의 하얀 낙타」 어머니! 「신의 포효」 침묵

              「짧은 세상 길게 살기」 네! 「사람과 사람 사이」 옷

<홍해리>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뚝!

<임보> 「공기」 물질의 유령 「물」 생명의 씨 / 생명의 밭

<성찬경> 1자시 : 제목과 내용이 1 字만으로 이루어진 작품

                       「똥」 「흙」

~~~~~~~~~~~~~~~~~~~~~~~~~~~~~~~~~~~~~~~~~~~~~~~~~~~~주;

1) 임보 『운주천불』(우이동사람들, 2000.)  p.134 해설문

2) 박희진 『1행시 700수』(1997), 『1행시 960수와 17자시 730수, 기타』

              (시와진실, 2003.)

3) 성찬경 『논 위를 달리는 두 대의 그림자 버스』 (문학세계사, 2005.)에「똥」,「흙」

               등의 一字詩가 수록됨.

4) 범대순은 1974년  『현대시학』에 시인의 이름만 적힌 ‘백지시’를 시도함.

5) 월간문학 출판부,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