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4

한지(韓紙)

花雲(화운) 2011. 4. 25. 04:44

한지(韓紙)

 

 

거친 비바람 맞고 자란 닥나무가

기품 있는 화선지로 다시 태어난다면

더 바랄 영화가 없지

 

태어난 지 일 년도 살만큼 살았다고

팔다리 잘리고 끓는 가마솥에 들어가

숨 넘어갈듯한 수행을 거쳐야 하네

 

달궈진 몸 식기도 전에

품어온 속내 드러내도록 발가벗겨져

이겨지고 다져져도 거듭나는 길은 멀기만 한데

 

잿물에 잠겨 고행을 마치면

그제야 깃털처럼 가벼워지려나

끈질긴 염원 풀어내고 또 풀어내도

한껏 날아오르기엔 여전히 무겁기만 하네

 

오랜 기다림마저

뜨거운 다림질로 말끔히 펴서

반듯하고 매끄러운 마음의 길을 내면

마침내 명인의 손길 앞에 다다를 수 있으려나

 

 

201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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