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4

먹거리 천국

花雲(화운) 2011. 4. 21. 22:19

먹거리 천국  

 

 

방과 후 학생들이 귀가하는 통학버스 안

차창 밖 즐비한 음식점 간판들이

때마침 출출해진 아이들의 식욕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어느 구석에선가 배고프단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밥, 우동, 떡볶이, 순대, 치킨, 햄버거, 피자,

돈까스, 삼겹살, 자장면, 스파게티, 칼국수, 스테이크……

시장기가 발동한 아이들의 군침 도는 외침은

불러도 불러도 끝날 줄을 모르는데

언제든지 문 밖을 나서면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만날 수 있는 먹거리 천국

실컷 배부르게 먹고도 멈추지 못하는 식탐이

지탱하지 못하는 몸무게로 헐떡거린다

맛과 질을 따져가며 먹다가도

입에 맞지 않으면 아까운 줄 모르고 서슴없이 버리는데

북한에선 허기져도 먹을 게 없어 풀뿌리로 연명하다가

말라 죽어가는 목숨들이 허다한 지옥의 왕국

무엇이든지 먹고 싶은 음식을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만약 휴전선 너머 굶주린 천사들이 알게 된다면

배부른 상상을 해보기도 전에 혹 까무러치지는 않을까

 

 

201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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