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3 100

추풍낙엽(秋風落葉)

추풍낙엽(秋風落葉) 채색 옷 갈아입고 먼 길 떠나려 하는데 어이하여 등을 떠미시나요 잡은 손 떨구기 전에 못 다한 이야기 들려주려 하는데 어이하여 자꾸 재촉하시나요 떠밀지 말아요 재촉하지 말아요 깊고 깊었던 인연들 한 장, 한 장 마른 살점에 새기려 하오니 불려거든 살며시 불어주세요 빙글빙글 유영하는 동안이라도 살가운 가을 햇살 보듬어보게…… 2010.10.28

낙엽의 노래/<상사화>

낙엽의 노래 푸르르게 살다 순순하게 가는 길 한살이의 생이 족하여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몸을 낮춘다 남겨야 할 것은 생명의 근원에게 돌려주고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어 한가로운 순간 살아있던 날들은 매순간 기적 같았고 스쳐간 인연들은 가슴 아린 사랑이었어도 지금은 뼛속으로 새겨진 이야기를 지워야 할 때 이별을 슬퍼하기 전 메마른 얼굴일랑 천천히 땅에 묻으련다 2010.10.12 시집 게재

둘레길

둘레길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지만 가다 보면 평탄한 곳도 나타나지 너와 나 사이에도 살뜰한 마음 오고 가는 길 있지 어둠이 올 때도 안개에 묻힐 때도 있지만 비바람에 흔들릴까 눈보라에 넘어질까 조심스레 걸어야 해 뙤약볕은 괴로워도 그늘은 서늘하니 오해와 갈등의 엇갈림 속에서 용서와 화해의 손을 내미는 것은 처음 만났던 곳을 생각하며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약속이지 2010.09.27

허수아비

허수아비 이름 없이 태어나 오로지 너른 들만 바라보고 있다가 해가 져도 누울 줄 모르고 알곡 차오르기만 기다렸다 추수할 때가 되자 누군가 와서 모두 데려가고 벌판에는 늦가을 바람만 떠돌아다녔다 홀로 남은 떠돌이가 함께 떠나자 보채며 닳아 해진 옷자락을 잡아끌어도 삭아버린 몸은 고향을 모른다 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이 때가 되어도 돌아갈 곳 없는 고독한 파수꾼 아무도 오지 않는 빈들에서 휘적휘적 허공만 휘저으며 울고 있는 바람을 달래고 있다 2010.09.27

시간의 임자

시간의 임자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을 쫓아가는 사람이 있다 늘 바쁘게 동동거리는 사람이 있고 늘 느리게 뭉그적거리는 사람이 있다 어디를 갈 때도 미리미리 나서는 사람이 있고 출발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뛰어오는 사람이 있다 약속시간 전에 와서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고 언제나 늦게 와서 남의 시간 축내는 사람이 있다 부지런하여 계획보다 앞서 일하는 사람이 있고 게을러서 나중까지 미뤄두는 사람이 있다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은 인생을 도둑맞을 것이며 시간을 아껴 쓰는 사람은 미래가 풍요롭게 될 것이다 시간은 사용하는 자의 몫 당신은 시간의 주인이 되는가 아니면 종이 되는가? 2010.09.16

바다의 마음

바다의 마음 잔잔한 바다를 가르며 달려가는 배 스쳐가는 물살이 아픈 상처가 되어도 바다는 내내 침묵 한다 해가 비치면 눈부신 대로 비가 내리면 젖은 몸으로 구름도 섬도 불평 없이 안아주는 바다 풍랑 일어 바닷길 험해져도 그 안에 깃드는 생명의 산실이 되어 먼 길 흘러온 강물이 숨을 고를 때까지 오래 참고 기다리며 너울거리며 춤추는 바다는 하늘 아래 또 하나의 넉넉한 안식처 20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