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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호수

겨울 호수 잔잔한 물이었던 바닥이 단단한 유리가슴이 되었다 배를 타고 건너야 했던 길을 걸어서도 갈 수 있게 되었다 숱한 목숨 살리느라 사철 내내 자애로운 품 속없이 아파서 찾아가면 아무도 모르게 울어주었다 빗물 쏟아지면 대신 젖어들고 바람 쓸고 가면 물결 일어도 봄을 껴안고 여름을 달래며 가을을 보내고 언 가슴이 되었다 한겨울 길고 긴 기도 끝나고 얼음장 밑으로 물빛소리 들리면 찢어진 가슴 어루만지며 여전히 넉넉한 품 다시 내어준다 2022.01.18.

여든이 되어도

여든이 되어도 운전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차를 몰로 그동안 가지 못한 곳을 가보고 싶다 좌회전 우회전 헷갈리지 않고 정해진 선 안에 주차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야간 운전은 아무래도 무리겠지 詩도 끊임없이 쓰고 싶다 거동이 불편해져도 마음은 그대로인데 육신이 허물어져도 열정만은 간직해야겠다 컴퓨터 자판만 두드릴 수 있다면 나이 들어 느껴지는 감성도 쓰고 싶다 운동을 더 해야겠다 걸을 때면 무릎이 욱신거리지만 아파도 걸어야 한다니 부지런히 걸어야겠다 우리 강아지들 무지개다리 건널 때까지는 날마다 산책해야 하니까 서투른 요리도 해봐야겠다 점점 간을 맞추는 것도 오락가락 음식 만드는 일이 자신이 없어진다 그나마 입맛 살아있을 때 작접 만들어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다행이랴? 그러나 꼭 해야 할 일 세상 떠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