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
둥글지 않으면 구를 수 없습니다
큰 바위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고
아무데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물에 있으면 가라앉고
흙에 있으면 묻혀버릴 수밖에
누군가의 발끝에 차여야만
튕겨진 만큼 날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흐르는 물에 쓸리고
달리는 바람에 깎여
부서지고 작아지면서 둥글어진 몽돌
둥글어지면 언제든 구를 수 있습니다
비가 오면 젖는 대로
눈이 오면 어는 대로
굴러가다 보면 어딘들 못 가겠습니까?
아래로 굴러 낮아질 수 있었던 만큼
거꾸로 굴러 太山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2021.09.01
* <별님을 향한 詩> 144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