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같이 살던 것들이 자꾸 사라져간다
나이 따라 속도를 높여 달리더니
변변치 않은 몸뚱이가 주저앉기 시작한다
어디든지 같이 다니던 친구처럼
다정스레 소곤대던 기억들이
한 번 나가면 좀처럼 돌아오지 않더니
빛나는 왕관처럼 춤추던 머리칼
숱한 세월 동행하기 고달팠는지
흐느적거리다 맥없이 무너져 내린다
볼품없이 허물어지는 주인을
지탱해주기에 힘이 달리는가 보다
샴푸향내가 그리도 좋았고
미련 없이 잘라내면 날아갈 듯했는데
요 모양 조 모양 산뜻해지는 날엔
데이트가 하고 싶을 만큼 행복했었다
과거는 찬란했으나
점점 퇴색되어 흐려지는 미래
머리를 바닥에 대고 누워야 할 때면
그나마 허허벌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2020,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