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버지
아버지는 슬프다
가장이라는 무게 때문에
허리 펼 새 없는 우리의 아버지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하루의 끝
가족들이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물어볼 새가 없어 아는 게 별로 없다
아버지는 외롭다
고달프던 직장에서 은퇴하고 나니
어느 새 밀려나는 가장의 자리
경제력은 있어야겠기에
통장 하나쯤 지키고 싶어도
겉옷까지 벗어주지 않아서인지
식구들이 점점 멀어져 간다
그래서 아버지에겐 소망이 없다
평생 일개미로 살아왔으나
외톨이에게 남은 건 빈 껍질뿐이다
2020.12.19
어느 아버지의 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