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8

어느 아버지

花雲(화운) 2020. 12. 23. 10:31

어느 아버지

 

 

아버지는 슬프다

 

가장이라는 무게 때문에

허리 펼 새 없는 우리의 아버지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하루의 끝

가족들이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물어볼 새가 없어 아는 게 별로 없다

 

아버지는 외롭다

 

고달프던 직장에서 은퇴하고 나니

어느 새 밀려나는 가장의 자리

 

경제력은 있어야겠기에

통장 하나쯤 지키고 싶어도

겉옷까지 벗어주지 않아서인지

식구들이 점점 멀어져 간다

 

그래서 아버지에겐 소망이 없다

 

평생 일개미로 살아왔으나

외톨이에게 남은 건 빈 껍질뿐이다

 

 

2020.12.19

어느 아버지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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