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꽃
처음엔
주름진 종이꽃이었다
느린 걸음으로 왔다가 떠난 후
그 속을 알 수 없는 열매가 생겼다
여린 껍질이 딱딱해질 무렵
보이지 않는 골방에서는
뽀얀 보푸라기가 일기 시작했다
솜털 같은 눈물이
하루하루 불어나자
숨 가쁜 몇 밤을 지새우고
별을 닮은 창가에 꽃구름을 피워 올렸다
온기에 온기를 더해
추운 겨울도 넉넉해질 수 있었는데
오래오래 바라는 것은
언 땅에서도 자라는 꽃이 되는 것
티로 박인 허물까지 기꺼이 품어
밤마다 포근한 꽃자리 꿈을 꾼다
2019.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