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7

목화꽃

花雲(화운) 2019. 11. 18. 08:38

목화꽃

 

 

처음엔

주름진 종이꽃이었다

느린 걸음으로 왔다가 떠난 후

그 속을 알 수 없는 열매가 생겼다

여린 껍질이 딱딱해질 무렵

보이지 않는 골방에서는

뽀얀 보푸라기가 일기 시작했다

솜털 같은 눈물이

하루하루 불어나자

숨 가쁜 몇 밤을 지새우고

별을 닮은 창가에 꽃구름을 피워 올렸다

온기에 온기를 더해

추운 겨울도 넉넉해질 수 있었는데

오래오래 바라는 것은

언 땅에서도 자라는 꽃이 되는 것

티로 박인 허물까지 기꺼이 품어

밤마다 포근한 꽃자리 꿈을 꾼다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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