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의 자리
누구에게나 자기 자리가 있다지만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
평생을 기어 봐도 벗어날 수 없는
고인 물속에 우렁이가 있습니다
햇볕을 가리는 물풀 아래
진흙바닥에 묻혀 살지만
자손만은 물 아닌 세상에 낳고자
지상으로 올라갑니다
온몸이 마르는 순간이
생의 마지막이 될 지라도
용왕의 후손이었을 지도 모를 기억을 더듬어
마른 곳을 찾아 산란을 마치면
어둡고 축축한 자리에서
죽도록 엎드려 살았어도
밝은 빛 속에 태어난 생명은
밑바닥 생애에서 벗어나는 꿈을 꿉니다
2019.07.16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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