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산책로/독서이야기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花雲(화운) 2019. 7. 23. 17:52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장영은 역. (주) 민음사. 2018.


100년을 앞서간 페미니스트작가

나혜석의 아름다운 투쟁

여자이기 전에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 표지글에서


"우리가 비판 받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역사를 채우겠는가."

나혜석의 이 말은 나를 나대로 살게 하는 용기를 준다.   

- 정희진(여성학자. 『정희진처럼 읽기』에서)


나 또한 그녀처럼 용감해질 수 있을까.

우리 또한 그녀처럼 위험천만하면서도 매혹적인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까.

이 책이 시대를 너무 앞서간 비운의 천재에 대한 뒤늦은 애도가 아니라,

지금 바로 이 시대에 더욱 환하게 빛나는 원조 페미니스트

나혜석의 여전히 싱그러운 출사표로 읽히기를 바란다.             

- 정여울(작가.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저자)


나혜석은 일찍이 말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일찍이 말했음을 자신의 손으로

분명히 밝혀두었다. 그를 알아내는 데 다른 이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여성의 역사는 도통 새겨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가 남긴 글로

그를 읽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 이민경(페미니스트.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저자)


나혜석(1986~1948)

소설가이자 화가. 독립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

1896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1913년 진명여자고등보총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도쿄의 여자미술전문학교 유화과에 입학했다.

1914년 조선인 유학생 잡지 《학지광》에 「이상적 부인」을 발표했고,

1918년에는 도쿄 여자유학생 친목회 잡지 《여자계》에 단편소설 「경희」를 발표했다.

이후 논설과 문학을 넘나드는 문필 활동을 통해 전통적인 여성관에 도전했다.

11919년 3·1운동에 여성들의 참여를 조직하다가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듬해 변호사 김우영과 결혼한 후 1921년 만삭의 몸으로 국내 최초로 유화 개인전을

열며 화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1923년에는 모성 신화를 부정하는 논설 「모 된 감상기」를 발표했다.

1927년 남편과 세계 여행을 떠나 파리에서 그림공부를 했는데, 그때 만난 최린과의

연애 서건이 문제가 되어 35세에 이혼했다.

이후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그림과 글을 놓지 않았다.

1948년 서울 시립자제원에서 무연고 행려병자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녀는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 갔다.


"탐험하는 자가 없으면 그 길은 영원히 못 갈 것이오. 우리가 욕심을 내지 아니하면,

우리가 비난을 받지 아니하면 우리의 역사를 무엇으로 꾸미잔 말이오. 다행히 우리 조선 여자 중에 누구라도 가치 있는 욕을 먹는 자 있다 하면 우리는 안심이오."


차례

서문  자기 삶을 스스로 이야기 하는 여성의 탄생(장영은)

1부   최초의 근대 여성 문학: "경희도 사람이다. 그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경희/ 어머니와 딸

2부   연애와 결혼: "일생을 두고 지금과 같이 나를 사랑해 주시오. 그림 그리는 것을

                            방해하지 마시오. 시어머니와 전실 딸과는 별거케 하여 주시오."

        독신 여성의 정조론/ 이상적 부인/ 부처(夫妻) 간의 문답/ 우애 결혼, 시험 결혼

3부   사랑과 이혼: "조선 남성 심사는 이상하외다. 자기는 정조 관념이 없으면서

                           처에게나 일반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의 정조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이혼 고백장/ 신생활에 들면서

4부   모성과 육아: "자식은 악마요. 모성은 본능이 아니라 경험이다."

        모(母)된 감상기/ 백결생(百結生)에게 답함/ 내가 어린애 기른 경험

5수   정치와 삶: "우리가 비판 받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역사를 채우겠는가?" 

        나혜석 신문 조서/ 나의 여교원 시대/ 회화와 조선 여자/

        내가 서울 여시장 된다면?/ 영미 부인 참정권 운동자 회견기/ 나를 잊지 않는 행복


p66

하느님! 하느님의 딸이 여기 있습니다. 아버지! 내 생명은 많은 축복을 갖ㅆ습니다.

보십쇼! 내 눈과 내 귀는 이렇게 활동하지 않습니까? 하느님! 내게 무한한 광영(光榮)과

힘을 내려 주십쇼. 내게 있는 힘을 다하여 일하오리다. 상을 주시든지 벌을 내리시든지

마음대로 부리시옵소서.                                                            - '경희' 중에서


p93   해설: "현모양처는 여자를 노예로 만들기 위하여 장여한 것이다."

"과거 및 현재를 통하여 이상적 부인이라 할 부인은 없다고 행각하는 바요." 나혜석은 글의 서두부터 자신의 이상이 높아 그 누구고 추종할 수 없음을 밝혔다. 특히 현모양처는 그야말로 세속적 가치에 그칠 뿐 결코 이상적인 여성의 모델이 될 수 없으며, "온량유순"이라는 개념 또한 여성을 노예로 만들기 위해 사용될 뿐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연애와 결혼' 에서


p147   해설: "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무것도 아니요, 오직 취미다."

나혜석은 이 글에서 자신의 인생관과 예술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네 가지 질문으로 분류해서 답하고 있다.

"첫째,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좋을까. 둘째, 부부간에 어떻게 하면 화합하게 살 수 있을까.

셋째, 구미 여자의 지위는 어떠한가. 넷째, 그림의 요점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의 내용 자체가 나혜석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잘 보여 준다. 나혜석은 근대 여성 지식인이었다.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예술가로서 무엇을 추구하고 연마해야 하는지, 조선의 여성들이 개척해야 할 삶은 무엇인지, 결혼생활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나혜석의 고민은 깊었다.                                          -  '사랑과 이혼' 중에서


p196

사람의 행복은 부를 얻은 때도 아니요, 이름을 얻은 때도 아니요, 어떤 일에 일념이 되었을 때외다. 일념이 된 순간에 사람은 전신 세청(洗淸: 깨끗이 씻은 듯한)한 행복을 깨닫습니다. 즉 예술적 기분을 깨닫는 때외다.                                       - '사랑와 이혼' 중에서


p216.

심한 상처만 아니 받았던들 그렇게 쉽사리 늙을 내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여자가 되고 싶다는 이상만은 언제까지든지 계속하고 있다. 남이 이성으로 대할 때 나는 감각으로 대하자. 남이 정의로 대할 때 나는 우아로 대하자. 남이 용기로 나를 대할 때 나는 응양(鷹揚:

위엄의)의 마음으로 남을 대하자.                                       - '신생활에 들면서' 중에서


p218

내가 늘 외우고 있는 석가의 교훈.

인생 가이 없으니 헤아릴 수 있기 원합니다. (人生無邊誓願度 인생무변서원도)

번뇌 다함 없으니 끊어 버릴 수 있기 원합니다. (煩惱無盡誓願斷  번뇌무진서원담)

                                                                                   - '신생활에 들면서' 중에서

p322

외형의 여하한 행복을 받든지 또는 외형의 여하한 행복을 잃어버리든지 행복의 샘, 니 마음 하나를 잊지 말자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힘을 가지고 있따. 그 힘을 사람은 어느 시기에 가서 자각한다. 아무라도 한 번이나 두 번은 다 자기 힘을 자각한다. 그거을 받는 사람은 즉 자기를 잊지 않는 행복을 느끼는 자다. ---

그리하여 우리들의 할 일은 이 현실을 바로 보는 데 있고, 미래의 생활의 싹을 붇독아 기르는 데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더라도 잠시라도 방심하여 자기를 잊고 어찌 살 수 있으랴>                                                                    - '나를 잊지 않는 행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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